<007>이나 TV시리즈 <미션임파서블>로 대표되는 첩보물들, 20세기를 풍미했던 액션물들은 전세계가 패를 갈라 으르렁대던 냉전시대를 그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더 록>이 "적은 내부에 있다"는 명제를 도입하며 탈냉전시대에 액션영화가 살아남는 법을 제시하여 그 이후 수많은 영화들의 교본이 되었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본 "제이슨 본" 삼부작은 탈냉전시대에 스파이 첩보물이 살아남는 법을 기가막히게 제시한 수작이 되겠다. ]
탈냉전시대의 첩보물의 가장 큰 특징이자 제이슨 본 삼부작의 의의는 갈등의 주체가 외부가 아닌 내부로 전이되면서 좀더 극적갈등이 첨예해졌다는 점이다. 아울러 첩보물에 낭만이나 첨단무기 자랑은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8-90년대 한창 하이테크에 대한 기대감이 클때는 신기한 제품 하나 나오면 사람들이 떠받듯이 우러러보는 진풍경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주위가 온통 하이테크 제품들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들은 더 이상 엄청나게 혁신적이지 않는 이상, 하이테크를 신기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 얼티메이텀>에서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이 CIA본부상황실에 생중계되듯 노출되도 이게 신기하다는 생각보다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바로 이에 기인한다. 아울러 세계가 이분화되었던 냉전시대보다 다원화된 오늘날에는 첩보활동도 훨씬 복잡해지고 사실적이며 훨씬 처철한 느낌의 첩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낭만이니 뭐니 하는게 들어갈 여지 자체가 없다. 삐끗했다간 바로 목이 날아갈 판이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후까시의 아이콘격인 007마저 이러한 경향을 무시못하고 <카지노로얄>에서 대변신을 하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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