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우리 사이엔 어떤 건널 수 없는 강 같은 게 있는 듯싶습니 다. 제가 이걸 가장 절실히 느꼈던 게 축구 한일전 응원 갔을 때였 습니다. 다른 경기는 져도 이렇게 열 안받았는데 그날은 정말 화 나더라구요. ㅡㅡ^ 얼마 전에 만화책 [남벌]을 보고 우리가 이렇게 정말 밀고 내려가서 일본을 점령해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 해지더군요.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그때 해방이 안 되고 여전히 일 본의 압제 하에 있다면 지금의 우리 땅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까 한번쯤 상상해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가 그 재현이겠군요.
2009년 서울... 아니 경성의 한 건물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 니다. 일본의 명문가이자 엄청난 재력을 소유하고 있는 이노우에 재단에서 유물 전시회죠. 그러나 이 전시회는 곧 한 무리의 무장집 단에 의해 침입을 당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후레이센진(不令鮮人 )> 조선 독립을 목표로 한 무장저항단체죠. 그러나 그들은 곧 JBI(Japan Bureau of Investigation)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 니다. 현장에 출동했던 조선계 특수요원인 사카모토와 친구이자 동 료인 사이고는 이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됩니다. 그러나 수사를 거듭 할수록 점점 더 의문점만 커지고 급기야 사카모토는 사건에서 밀려 나 정직 처분까지 받습니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커다란 음모가 있다는 걸 느낀 그. 하지만 진짜 음모는 이제부터 시작이죠.
2009년. ‘내선일체(內鮮一體)’ 일본의 뜻대로 여전히 식민지인체 도요토미 동상이 이순신 장군을 대신하고 총독부 건물이 건재한 서 울 모습이라니.... 마치 못 볼 걸 본 것처럼 움찔했죠. 무엇보다 오 프닝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무위로 돌아가고 완전히 바뀌어버 린 역사를 사진 자료로 보고 있자니 그 모든 것이 실제로 현실이 된 듯 암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안중근 의사가 실패했다고 역사가 저렇게 바뀔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어디선가 펄럭인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이곳에 몰려온 폭풍의 원인이 될 수 도 있듯이 역사의 한 축을 움직였을 때 어떻게 어디로 흘러 갔을지 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겠죠. 다만, 암살이라는 극비작전이 마치 기 다렸다는 듯이 저지당했다면 정보유출과 사기저하라는 측면에서 단 순한 실패 그 이상을 뜻한다는 건 알 수 있을 거 같더군요.
이번에도 상당히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가서 그런지 전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ㅡㅡa;;; 중심에 서 있는 장동건과 나카무 라 토오루의 연기가 좋았거든요. 장동건의 일본어 연기는 힘든 부 분이 많았을 것임에도 보기에 꽤 괜찮았습니다. [친구] 이후로 연 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말을 스스로 증명하더군요. 하지만 나카무라 토오루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짜 오랜 친구 사이를 보는듯한 편안함이 느껴졌으니까요. 배우들 연기만큼 연출도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스릴러다운 갈등이 세심하게 안 그려진 탓에 전반부에 비해 후반엔 힘이 부쳐서 붕 뜨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나 그 석벽 앞에서 뚝 끊어지고 나타난 대나무숲 총격씬은...ㅡㅡ;; 신인감독이 라는 걸 알지만 뜬금없다는 기분에 영화의 맥이 뚝 끊기더라고요.
반일영화다... 친일영화다... 개봉하기 전부터 참 말이 많았던 영화 입니다. 전 그냥 영화적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며 봤죠. 그럼 에도 어쩐지 그 가상역사의 모습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발판으로 세를 넓혀가는 일본의 우익의 모습은 흡사 구한말 일본의 모습과 비슷하기까지 하니까요. 패전 후 결코 사과할 줄 모르는 일본에서 그들의 잘못을 가르치지 않는 망각의 역사를 배우고 자란 그들. 감정적(? ㅡㅡ^)일 수밖에 없는 우리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고 같은 대다수의 평범한 일본국민이야 말로 진짜 무서운 존재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