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용광로로 장엄하게 몸을 던졌던 리플리가 복제되어 살아돌아왔다는 건 시리즈를 잇기 위한 장치라고 보자. 사실 3편에서 멈추는 것이 나았을지 어땠을 지는 잘 판단이 안 선다. 그게 깔끔했을 것 같긴 하지만 4편을 보고 난 후에 생각하면 조금 아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건 에이리언의 진화된 모습이다. 복제된 리플리에게서 꺼내어진 여왕 에이리언에게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섞여 들어간다. 그래서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출산을 하게 되고. (여기서 약간 앞뒤가 안맞는 것은 콜 일당이 팔아넘긴 인간들을 숙주로 삼은 알들을 낳은 것도 여왕 에이리언이라는 것. 갑자기 인간처럼 출산하게 된 건 뭘까.. 알을 낳아놓은 건 워밍업이었던 거야?) 태어난 아이는 인간의 표정과 인간의 두개골을 가지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에이리언도 뭔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건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당연한 요소. 그런 면에서 인간과 에이리언의 조합은 궁극의 진화 형태이다. 더 이상 뭐가 있을 수 있을까. 날개 달린 에이리언? 아름다운 자태로 유유히 헤엄치는 에이리언까지는 충분히 이해해도 날개까지 달려버리면 그게 용이지..
신종 에이리언은 자신을 낳은 여왕 에이리언을 이(異)종이라고 판단, 가차없이 제거하고 보다 자신과 닮아있는 리플리를 어머니로 따른다. 에이리언의 살상 본능과 인간의 영악함이 더해졌으니 그대로 살아있었으면 완전히 살인 무기가 됐겠지.. 라고 (리플리와 그 일당들은) 판단한 것 같지만 오히려 길들이는 것이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이리언의 피가 섞여들어간 리플리가 인간의 감각을 뛰어넘는 제6감과 산성의 피를 가지게 된 것처럼, 인간의 피가 섞여들어간 에이리언은 조금은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잖아? 물론 그걸 시험해보기에 리플리는 에이리언을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질곡의 역사를 거쳐왔기에 어디까지나 제거되어야 할 괴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여기서 조금 복잡해지는게, 리플리가 인간의 특성만 물려주었을 뿐 자기가 낳지도 않은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낀다는 점. 그녀는 전생과 현생의 숙적에게 모성애를 느낀다. 그러나 본능과 이성의 싸움에서 리플리는 이성을 택하고 사회를 택한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순진하게 믿고 따랐던 신종 에이리언은 어미에게 배신당하고 내장과 창자가 다 빨려나가 죽임을 당했으니 인간이란 역시 무서운 존재다. 리플리는 잠깐의 미안함을 담은 표정 뒤에 망설임없이 모성애의 대상을 콜로 전환한다. 믿었던 존재에게 배신당한 처절함을 해골에 표현한 에이리언의 표정과 대비되서 참으로 잔인한 어미라는 생각을 잠시.
에이리언과 리플리의 모성애는 이미 3편에서 슬쩍 드러났다. 가슴을 뚫고 튀어나온 에이리언을 손으로 감싸안고 편안한 표정으로 추락하는 리플리의 모습에서 이미 예견된바 있다. 그러나 두 존재 사이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에이리언4>가 볼만한 작품이 되는 것. 이전까지 그저 기를 쓰고 죽여야할 대상이었던 괴물이 감정을 가진 생물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글쎄, 신종 에이리언이 훨씬 더 빨리 태어나서 리플리와 감정의 갈등 구도를 이뤘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kyouls
여왕이 알을낳다가 새 끼낳는것은 영화보면 다 나오는데요? 첨에 알을 낳다가 인간처럼 생식기가 생겨서 알도 숙주도 필요없이 새 끼로 바로 나온다고 나와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