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고등학교때 동시상영관을 찾아본 사람이 있다면 그 심정을 이해하실겁니다. 화끈한 애로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가지요.. 극장에 들어선 순간 이미 머리는 애로영화의 끈적함을 보려고 미리 자세를 잡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가끔 400번의 구타나 양철북 또는 제목만 야한듯한 훌륭한 영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극장에 들어서면서 내 머리는 여인의 살색을 기대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짜증만 날뿐이죠.. 궁녀라는 영화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궁중 미스테리 .. 정말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릴러라는 단어가 조금 애매하긴 해도 보통 미스테리는 스릴러 쪽과 가깝고 또 예고편이나 여타 티져광고에서도 두뇌를 자극하는 그런 짜임새 있는 영화처럼 광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에 찾아간거구요.. 하지만 결과는 공포영화였습니다. 귀신이 나오더군요.. 허탈..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 가끔 보는 편이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머리는 공포를 기대하고 간게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실망이 들더군요.. 속았다는 느낌도 짜증나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공포라는 것을 인정하고 보더라도 역시 3류영화더라구요.. 제가 공포영화를 좋은영화와 3류영화로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데.. 궁녀는 정말 그 기준을 넘는게 없더군요.. 일단 공포영화에서 음향의 효과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관객이 공포를 느낄때 음향에 의해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를 가장 쓰레기 영화로 칩니다. 가령.. 별 무서운 장면도 아닌데.. 소리로만 깜짝 놀라게 해놓고 공포영화라고 우기는 그런영화들.. 솔직히 우리나라 공포영화중 대부분 그렇습니다. 둘째는 쓸데없이 잔인한 영화입니다. 영화 전개때문이라든지 아니면 꼭 필요한 장면 때문이라면 아무리 잔인한 영화라도 저는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 남자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싫어서 이런 글을 쓰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손톱에 바늘꼽는 장면 허벅지에 바늘로 장난치는 장면 등등.. 도저히 왜 그런 장면에 필요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손톱에 바늘을 꼽는 장면에서는 마치 돈내고 극장왔으니깐 티비에서 보여줄 수 없는걸 보여주겠어..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웃긴건 그 장면 또한 표절같다는 거죠.. 무슨영화인줄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영화에서 게이샤들이 여자 손에 바늘꼽는거와 너무 흡사해서.. 조금 웃었다는..
세번째는 아무리 귀신이 설친다고 해도 너무 사건의 인과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도대체 왜..어떻게.. 이런게 빠진게 한두가지가 아니죠.. 왜 희빈의 상궁과 그 노리개 훔친 궁녀가 바뀌게 된건지.. 분명 그아줌마는 귀신하고 산에서 놀고 있었는데..
솔직히 히치콕식의 수준높은 스릴러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감독의 역량상 무리라는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발전은 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이건 뭐 아직도 주온식의 막가파 영화가 나오다니..
뭔가 반성이 필요한듯 합니다. 그래도 올해에는 리턴이나 별빛속으로 같은 좋은 영화도 나온것 같아서 조금 괜찮았는데..ㅠㅠ 좀 괜찮아졌구나 싶으면 꼭 이런 허접한게 나와서 다시 절망으로 빠뜨려 버리는듯 합니다.
이현탄 lov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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