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니 가슴이 벅차다.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지 않게 잘 이끌어간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을 다룬 영화가 없다는 것은 어느 감독도 소화하기 힘든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상상해봐도 어떻게 풀어갔을까 의문이 많이 들었다.
심각한 부분은 진지하게 눈물이 핑돌정도로 잘 집어주었고, 그 중간에 코믹요소의 배치가
있어서 힘들지 않고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경기장 장면은 헐리웃에서도 볼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었다.
내가 실제로 뛰는 것처럼 가까이 크게 잡은 화면이 많았고, 더 박진감 있게 느껴졌다.
라스트의 경기장 장면은 정말 긴장되었다. 도지원씨가 이길걸 알면서도 오그린 발가락을
펼 수 없었다. 마지막의 그 하이킥은 여태까지 내가 본 적이 없는 그림같은 명장면이다.
예고편에서는 볼수 없었던 춘심이의 등장은 이 영화가 가정폭력이라는 문제 의식에 더
진실되게 다가간 캐릭터였다. TV 속의 귀여운 선화공주가 폭력가정에서 자란 삐뚤어진
중학생이 되어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폭력에 순응하는 엄마에 대한 반항심의 발로로 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고,
아빠한테 맞는 엄마에게 화를 내지만 실은 아직은 어려서 엄마를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지원씨가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줄 몰랐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딸이 웃지도 않는 아이가 되었다는 말을 하며 가슴을 쥐며 우는 모습에서
섬뜩한 현실성이, 진실이 느껴지며 눈물이 핑돌았다.
손현주씨는 좀 더 독특하게 어눌한 캐릭터이다.
주창이한테 맞고 나서 당신도 이렇게 맞았냐면서 도지원씨를 꽉 끌어안으며 우는 장면이
압권이다. 그 감정표현은 손현주씨만이 할수 있을 것 같다.
주창이는 정말로 나쁜놈이었다. 이 말은 그만큼 캐릭터와 하나였다.
박상욱 배우가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닌데도 정말 나쁜 놈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창역에 그 처럼 잘 맞는 사람은 대한민국에는 없다.
솔직히 나는 얼굴만 봐도 무섭다. 그런사람이 때린다면 심장마비로 죽지 않을까.
세상에 약자가 강자의 먹이만은 될수 없다는 것을 , 약자도 강자를 이길수 있다는
것을 멋지게 보여준 통쾌한 영화였다.
영화를 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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