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설득> 등 생애 여섯편의 소설을 남긴
영국의 가장 영향력있는 여류작가였던 제인 오스틴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비커밍 제인이다. 2003년도 전기작가 존 스펜스의 저서인
<제인 오스틴되기>라는 전기소설을 바탕으로 평생을 독신으로 삶을
마감했던 그녀의 삶에 로맨스라는 향신료를 일깨워주었던 톰 리프로이
라는 가난한 법률가와의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제인은 <센스 앤 센서빌리티>,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엠마>의 네 작품을 출판했고, 후에 유작으로 <설득>과 <노생거 사원>
이 출판되었다. 실제 그녀의 삶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의 기반이 된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은 사실적으로 있었을
법한 강렬한 로맨스와 끌림을 부각시켜주는 영화속 이야기는 <오만과
편견>속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만남을 생각하게 하는 톰 리프로이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인 오스틴(앤 해서웨이) 인상적인 첫 대면부터
얽히는 에피소드를 들여다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울수 있었다.
1775년 영국 햄프셔의 작은 시골 마을 스티벤튼의 교구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카산드라사이에서 태어났던 제인 오스틴의 가난한
실제 환경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려 했단는 것이 영과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스터 오스틴(제임스 크롬웰)도 처음에는 제인이 원하는
결혼을 하길 바라는 듯 하지만 가난한 그들의 삶을 벗어나서 힘든
삶을 청산하길 바라는 오스틴부인(줄리 월터스)의 이야기와 현실은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로맨스인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일랜드의 더블린, 윅로우, 메쓰 주에서 촬영
되어서 인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제 오스틴이 거주했던 햄프셔의
작은 교구와 자연적 경관도 오스틴과 리프로이의 사랑구도에 집중
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인상
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앤 해서웨이의 다재다능한 매력을 느낄수
있는 영화로서도 매력이 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엘리트 여성으로
의 삶에서 세계적인 여류작가인 제인 오스틴으로서의 변신이 성공
적이었다고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우면서도 억양이나 느낌, 그리고
감정연기에 대한 몰입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시대에 따른 것도
아니고 항상 현실과 공상의 경계의 잣대를 짓는 <돈> 이라는 잣대와
<의무> 라는 책임감이 갈라놓는 둘의 이별을 현실적으로 사실에
기반한 픽션적인 구도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보인것은 그것을 설득력있는 영상미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금 만남을 가졌을리 없는 톰 리프로이와 제인 오스틴의
만남과 톰 리프로이의 장녀의 이름이 '제인' 임을 확인 시켜주고
리프로이와 제인의 관계를 연상케 하는 마지막 낭독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그녀의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가는 것은
그녀가 현실적으로 이루지 못했던 로맨스를 전 세계에 길이 보존되는
로맨스의 발판이 되어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는 연인들을 위로하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걸 용납치 않는다. 사랑은 자유롭지만
현실은 자유롭지 못한 그래서 감정이 허락하는 사랑보다는 인공적인
사랑으로 채워지는 현실적인 선택이 가슴아프게 조여오는 여운이
남는다. 줄리언 재롤드 감독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는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랑스런 매력, 사랑의 로맨스를 느끼고 사랑의
다양한 관점을 들여다보기에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영화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그리고 그녀의 실제 삶에서 에디슨 병으로 42세 사망 직전
카산드라에게 남긴 '오직, 죽음을(Nothing, but death)' 이라는
멘트는 어쩌면 생애 못 이룬 로맨스를 사후에서 이루고자 했던 그녀의
바램이 아니었을까 하는 한가지 생각이 문득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