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오토봇"들과 "디셉티콘"들의 마지막 도심결투 장면
은 한마디로 영화적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물음표가 저절로 생각나게 하는 명장면
입니다. 수많은 빌딩들 사이에서 벌이는 육중한 덩치들의 몸싸움은 실로 다이나믹하며 그 정교함
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끔 합니다. 게다가 부술 때는 확실하게 부숴버리는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처
럼 도시 하나를 거의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막강화력의 초절정 비쥬얼은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다보면 도대체 쟤들은 이 지구까지 왜 왔으며, 왜 저렇게 싸워대는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저 화면속에 몰입해서 그들이 펼치는 멋진 장면들과 함께 하다보면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마치 30분정도만에 끝난 것처럼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소위 예술을 추구하는 영화들이나 이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철저하게 오락을 추구하는 영화들의
목적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함입니다. 영화를 보고 감동을 얻었다면 그것
은 예술영화가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며, 영화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상미의 감
동을 느꼈다면 그것은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가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감동에도 등급이 있다고 하시겠지만, 결국에 이러한 감동도 재미에서부터 오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감동이라는 게 어차피 영화가 어느정도 재미가 있어야 오는 것이지, 아무리 예술
영화라고 영화내내 지루하기만 하면 감동이란 것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진지한 이야기에서 감동
을 느끼든, 화려한 볼거리에서 감동을 느끼든 그것은 관객들의 취향나름입니다. 이런 영화에 왜
스토리가 부실하느냐고 한다면 예술영화에 왜 그리 볼거리가 없냐고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
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트랜스포머]는 약간은 스토리적인 면에서 부실하다 싶긴 하지만 적어
도 볼거리를 통한 감동은 그 어느 영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어렸을 적, 여러 로봇들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에 푹 빠져서 누구나 한 번 쯤은 마징가의 쇠돌이가
되어보기도 하고, 태권브이의 철이가 되어봤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한강 밑에 태권브
이의 비밀기지가 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었을까요. 그러한 상상의 세계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
면 누구나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들입니다. 물론 커가면서 그러한 상상들이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으며, 한낱 허구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면서 우리들은 현실적인 세상에 현실적인 인간들로 자라
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트랜스포머]는 영화적인 재미를 넘어서서 잊고 있었던 추억의 순간
들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합니다. 거대한 로봇들이 여러가지 다른 형태로
수시로 변신하고, 그 로봇들이 거대도시를 배경으로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면서 광선을 뿜고, 싸우
는 모습들은 왠지 뭉클한 감정마저 일게 합니다. 그 시절,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가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모 영화의 광고문구처럼 이 영화 [트
랜스포머]는 여러분들이 짐작하고 있는 것 이상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놀라운 비쥬얼의 할리우드
영화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 영화 [트랜스포머]는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영화로 기억될 것임
에 틀림없습니다. 놀라운 능력의 외계생명체들이 벌이는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 [트랜스포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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