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감독의 전작 "세븐"이나 "파이트클럽"처럼 음울한 분위기 + 잔인함 + 뒤통수때리는 반전 이런식의 범죄 스릴러물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절대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거 전혀 없습니다. 초반 살인장면 몇 빼고는, 잔인함도 핀처감독 특유의 그 분위기도, 깜짝놀랄 반전도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또 이 영화가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모양인데 (심지어 어느 평론가는 대놓고 살인의 추억과 직접비교평가를 하던데), 살인의 추억과도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살추의 경우 그 소재 자체는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나머지 영화속 등장하는 사건들의 구체적 구성이나 중요 등장인물은 모두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가 많이 개입된 "허구"이죠. 당시의 사회정치적상황도 감독에 의도에 의해 영화속에서 많이 재현되었구요.
근데 이 영화 조디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덤덤합니다. 그냥 무미건조하다는 느낌도 들지 모르겠습니다. 제작노트에 나왔듯이, 제작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사실"로 밝혀진 것만을 연대기식으로 구성해서 보여주기에, 살추나 여타 범죄 영화처럼 스릴러적 요소랄까 극적 재미랄까 그런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묘하게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아주 느린 호흡으로, 조디악 살인마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왜 그런거 있죠, 예컨대 전쟁영화라고 할때 전쟁의 잔인함을 전쟁터의 현장감, 군인들의 피와 내장이 튀는 끔찍함 등으로 연출하는 영화가 있고, 반대로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간들이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겪는 변화들 그리고 사건의 진행을 아주 메마른 톤으로 감정개입없이 객관적 시선에서 보여주는 영화도 있는거죠. 조디악은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입니다.
근데 오히려 현장감이 더 있다고나 할까요. 연인과 헤어졌을때 대놓고 "아 나는 슬퍼~!"라고 눈물흘리며 울부짖는걸 보여주는것보다, 감정의 분출없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듯하게 행동하는 그 인간의 일상을 한걸음 떨어져서 보여주는게 도리어 더 생생하고 더 깊이 와닿는 느낌. 그런거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야기는 못하겠구요, 암튼 결론은 형사들의 눈부신 활약과 반전을 통해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범죄 스릴러"를 보러가는게 아니라, 한 범죄 사건에 올인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보러 가는 느낌으로 극장에 가셔야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듯합니다. 간단히 말해, 재미없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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