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와 불평등이 판을 치는 혼탁한 세상에서 인류에게 평등한 것이 몇 가지 있으니 그 중 알토란 같은 두 개를 꼽으라면 로또식 조합을 보이는 앞 모르는 죽음과 먹으면 당연히 나오게 되는 배출의 욕구다.
이 두 가지를 모티브로 하여 그저 그런 술 섞어 그럴싸한 칵테일을 만들 듯 맛나게 잘 버무린 영화가 바로 그 이름도 흥분되는 “아드레날린24”.
주인공은 브루스 윌리스의 터프와 체격 업그레이드 판인 떠오르는 신예 ‘제이슨 스태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는 터 나머지 사양은 한결 좋아졌지만 얼굴만은 조금 미흡. 하지만 보고 또 보면 점점 눈에 들어와 가슴에 자리잡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요즘 로봇들이 깽판치며 난리친 “트랜스 포머”의 활약으로 그 이름이 다소 짝퉁스러워졌지만 그는 “트랜스 포터”시리즈로 액션영화 광팬들의 뇌리에 그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킨 실력 있는 배우.
“셀룰러”에서 선보였듯 사채업자 같은, 약간은 대하기 껄끄러운 인상구조를 가졌기에 순수 그 자체의 선한 배역을 소화할 수 없다는 한계를 숙명으로 안고 있지만 그가 설사 악당이라 하더라도 어느 순간이 되면 사랑스러워지게되는 묘한 구조의 변태적 취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흡입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도 에버랜드 동물가면을 쓰고 출연하지 않은 관계로 주인공의 미덕인 선한 이미지는 내팽긴 채 막장인생의 결정판 프리랜서 킬러로 열연하여 복수하기 위해, 살기 위해 좌충우돌 한바탕 일전을 벌인다.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맞아도 단순히 타이레놀 2알이 필요한 정도의 두통만을 겸비한 채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말도 안되는 영화적 자비를 너그러이 베푸시며 시작되는 첫 장면.
문제의 악당은 “텔레비전에~내가 나왔으면~정말 좋겠네에~정말 좋겠네~” 유치원 때 부르는 이 동요에 한 맺혀,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 월드컵 신념으로 각본, 감독, 주연, 편집을 겸한 놀라운 효율성의 자체제작cd를 남기시고, 뭔 놈의 주사가 그런 주사가 있는지 1시간 안에 죽는, 덤으로 몸 안에 아드레날린을 계속 분출하지 않으면 그 전에도 죽을 수 있는 깜짝 옵션기능을 지닌 희한하고 야릇한 종류….. 그건 또 왜 차이나 바이러슨지….. 가뜩이나 각종 유해식품으로 이미지 구긴 중국의 입 벌린 얼굴에 똥칠 영점사격 하시는 이름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를 정성껏 주입해주셨다고 나름 체계 있는 쌍욕을 남발하시며 자세하고도 자상하게 설명해주신다.
같이 보던 친구, “그냥 때려눕혔을 때 죽이지, 밥 맛 좋게 꼭 뜸 들이다 죽더라~” 제작사에서 들으면 기획자체의 결함을 꼬집는 치명적인 멘트를 날렸지만,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영화, 너라면 볼래?”라는 나의 초반 재미반감에 관한 추궁성 짜증에 입 다물고 얌전히 콜라를 내민다.
아 이 까칠한 성격………….
어쨌든 그 이후로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으로 심리적 30분을 보냈지만 물리적 시간은 이미 시간 반을 훌쩍 뛰어 넘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 이름과 달리 꽤나 강압적이었던 야간 자율학습시간, 어지러운 글자의 공격으로 지칠대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몰래 빠져 나와 학교 벤치에 눈 감고 누웠던 시각 저녁 8시반. 불현듯 들려오는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에 공부않고 누워있던 정체성 잃은 자신의 모습이 쪽 시려워 황진이마냥 매무새 단정히 하고 정갈히 앉으니 고등학교 동지 역전의 용사들이 상쾌하게 등교하고 있었다는 전설과도 같은 친구의 순간이동, 시간의 축지법을 나도 쓸 수 있음을 “아드레날린24”를 보는 그 시간 깨닫게 되었다.
롤러코스터의 특성이 그러하듯 순식간에 지나치는 시간이었지만 그 긴장감과 짜릿함은 맥시멈이었으니 그것은 마치 터질 것 같은 분출의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며 화장실을 찾아 헤매일 때의 긴장감과 천신만고 끝에 인적 없고 으슥한 그 곳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철저히 홀로 남겨져, 누구도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엄숙해질 정도로 강한 포스의 핏발선 긴장감. 그리고 그 모든 억제로부터 자유를 얻었을 때의 쾌감………ㅎㅎ
얼마 전 아내와 88고속도로를 달릴 무렵이었다. 커피, 콜라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이 쌍두마차 앞에 절대복종도 모자라 냄새만 맡아도 신끼에 사로잡혀 바로 반응을 보이는 내 체질. 정체된 88고속도로를 지나 이수 교차로에 도달했을 때 고도로 절제된 감정연기를 펼치며 용케 참아내던 나는 정말이지 아이처럼 펑펑 소리치며 목놓아 울고 싶을 정도로 뭔가가 차올라 왔다. “사방이 막힌 꽉 막힌”그런 공간이라곤 사막의 뜬금없는 오아시스처럼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데… 곧 폭발사고 칠 것 같은 나의 오줌보는 온몸에 sos신호를 연말에 쏟아지는 고지서만큼이나 급박하게 보냈고 내 합리적, 논리적 이성은 9.11 테러의 징후를 간과했던 미 정보부처럼 그 사인을 무시하려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싱글생글 웃고 있던 마이 와이프, 사계절이 동시에 지나가는 나의 놀라운 표정변화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는지 이성을 버리고 야성으로 돌아가라고…. 차에서 얼른 뛰쳐나가 노상방뇨의 중 범죄라도 저지르라며 운전대를 대신 거머줬지만 두 눈 동그랗게 뜬 경찰이 앉아있는 순찰차 본넷 위에라도 어쩔 수 없이 갈겨대야 할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끝내 논리의 틀을 깨지 못하고 고사의 지경에 이르게 된 레인맨스러운 나. 속절없이 복부를 움켜 싸며 “딥 임팩트”에서처럼 운명의 시간을 기다렸다. 고지가 저긴데..조금만 참으면 되는데…..그 조여오는 초강력 서스펜스….정말 죽음이었다. 딴 생각도 해보고, 이리저리, 안절부절도 해보았지만 죽은 아이 뭐 만지듯 부질없는 것을…. 평소 감지하지도 못했던 복부를 향해 돌진하는 공기의 압력…..밀물이 아니라 쓰나미였다.
이대로 당할 순 없지..빈 물병을 가까스로 찾아 급한 불을 끄려고도 해봤으나, 목 좋은 옆 버스 이용자 여러 분의 열화와 같은 시청률과 더 큰 참사를 일으킬 것 같은 작은 패트병의 크기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결함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고, 결국 모든 일의 성패는 긍정적 시각과 고도의 정신력에 있다는 원론적인 사색을 되씹으며 해병대마냥 ‘인내는 나의 힘’ 악쓰며 이 악물고 참아냈다.
인고의 시간…….. 그러나 처절한 고통과 불행도 그 끝이 있기 마련,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곳은 반정신병자가 거의 다 된 그 시점에 도착했고 나는 평소 친했던 건물 경비아저씨의 수다intro를 쌩까며 화려한 발놀림으로 1층 화장실로 직행. 모든 퍼포먼스의 정점이 되는 피날레 분수쇼를 선보였다.
감동의 물결……..그 끝에 오는 몸서리를 동반한 유쾌함…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긴장감과 통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 “아드레날린24”를 볼 것.
단 화장실에서 볼일보다 깨달음을 얻기가 맑은 하늘에 비 맞기보다 더 힘든 것처럼 당 영화에서 계몽정신스러운 교훈을 얻기 지극히 어려우니 평소 고상한 사유를 즐기시는 분은 관람 금지. 과학적 논리와 당위성, 개연성에 집착하시는 분 머릿속 세차하시고 시청할 것. 정서순화,언어순화의 교육적 인프라 구축에 힘쓰시는 분 절대 발도 들이지 말 것, 유치원 1년 교육효과 단번에 접수됩니다. 노약자, 어린이, 애인과 동반한 관람 도시락 싸고 말릴 만큼 절대 반대. 다소 문란한 연인관계 선택적 시청가능...ㅋㅋ
검은 머리 흰 머리로 자연 염색될 정도의 스트레스 만빵이신 분 두손들고 권유! 유쾌, 통쾌, 상쾌……한강 난간 위의 자살자도 5분 간은 머뭇거리게 할 재간둥이 “아드레날린24”
아드레날린은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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