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은 남북전쟁의 상흔인 분단 상황을 다루는 영화다. <공동경비구역 JSA> <간큰가족> 등이 다소나마 그러했듯 심각한 외피에도 어김없이 코미디의 심장을 품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탄(임창정)은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고지식한 성품의 섬마을 청년이다. 청운의 꿈을 좇아 부모의 가산까지 털어 상경한 그는 어수룩해 보인 탓인지 서울역에서 돈이 든 가방을 강탈당하고 만다. 애꿎은 행인을 넘어뜨려 도둑을 잡기는커녕 경찰서에 잡혀온 그는 ‘교육대’라는 단어에 솔깃한 나머지 삼청교육대에 자진(?)하는 지경에 이른다. 갖은 괴로움을 겪던 중 대열에서 이탈해 멱을 감는 선미(박진희)에게 첫눈에 반하고, 청솔리 마을에 도착해서는 새로 부임한 교사로 오인받아 얼결에 교단에 서게 된다.
평생의 소망을 이뤘을지언정 영탄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곧은 성격 때문에 마을 이장(임현식)이 처제인 선미를 덮쳤다고 집요하게 의심하고 이내 청솔리 마을의 비밀을 깨달으면서 그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게 된다. 중요한 점은 청솔리 마을이 집성촌이라는 사실이다. 휴전선이 청솔리를 반쪽으로 나눴지만 남북으로 갈린 마을 주민들은 핏줄의 끈을 놓지 못해 땅굴을 통해 여전히 소통하고 있다. “남북에서 각자 땅굴을 파다가 가운데서 만났다”는 극중 대사처럼 한낱 이념의 차이가, 휴전선이라는 이물질이 날 때부터 하나였던 형과 아우를 떼어놓지 못한다는 뜻일 게다. 같은 맥락에서 영탄은 선미를 계기로 그들과 하나가 될 수 있을 테고 정치 체제 역시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힘을 잃는 것으로 묘사된다.
핏줄이 이념에 앞선다는 논리를 비판할 수는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문은 오히려 갈등이 폭발한 무렵 그때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이 모든 문제의식을 간단히 유머로 치환하는 안일함에 있다. 굳이 한국의 현실을 끌어들여 기폭제로 썼다면 이를 웃어넘기는 대신 좀더 진지하게 보듬어야 하지 않았을까. 울부짖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잠시나마 가슴이 찡했던 관객이라면 이후의 이야기에 당혹감 내지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지뢰를 밟은 진짜 교사 장근(류승범) 등 몇몇 캐릭터들이 꽤 웃기지만 후반에는 그닥 마음 둘 곳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1번가의 기적> 등 코미디물에 재능을 보였던 임창정의 연기에도 별다른 사유없이 반복되는 유머는 힘을 잃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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