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공중 전투씬들은 매우 인상깊었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가며 기관총을 이용해 근접전을 펼치는 방식이 흥미롭다. 검은 독수리와 하얀 독수리가 정면으로 마주치며 사격하는 모습은 흡사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들의 결투를 연상시킨다. 회색 연기를 일으키며 날개와 날개밭침 사이를 스치듯이 지나가는 총알의 궤적이 파일럿들이 느낄 긴장감과 압박감을 전해준다.
전투기 주변에는 너무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정도로 구름들이 배치되어 있어 적당한 속도감이 느껴지고, 마치 카메라가 함께 비행하며 찍는 것처럼 화면이 움직인다.
예전에 에비에이터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지옥의 천사들"이란 전쟁영화를 찍었던 것이 생각난다. 실감나는 전투장면을 담기 위해 하워드 휴즈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비행하며 촬영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때문에 속도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결국 기상학자를 불러 구름 낀 촬영장소를 찾아다니며 다시 찍어야 했다. 에비에이터를 본 덕에 "라파예트"의 각 전투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구름의 존재가 눈에 띄었다. 구름 몇덩이 정도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쉽게 만들어내는 지금의 CG 기술을 하워드 휴즈가 본다면 기가 찰 일이다.
전투가 없을 땐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다. 부대가 비행훈련을 받으며 기지 주변을 활공할 때 보이는 주변 경관이 무척 빼어나다. 노란 빛과 초록 빛이 어울려 매력적인 빛깔을 띄는 루시애나의 마을 들녘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하는 것 만큼 감동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시각적인 재미만큼은 수준급이다. 스파이더맨에서 눈가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인상적인 웃음을 보여준 제임스 프랭코의 살인미소가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나, 한참 프랑스의 김태희로 화제가 되었던 제니퍼 데커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시 기대해볼만하다. (솔직히 김태희를 닮았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한국 언론의 낚시질은 역시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특별히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전쟁영화이면서도 과하게 잔인한 영상이 없기 때문에 피가 낭자한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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