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휘몰아치는 마지막 20분....
데뷔작부터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 시대의 장난꾸러기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는 원래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플래닛 테러>와 묶어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의 동시상영영화로 미국에서 상영되었다고 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두 영화를 분리해 따로 개봉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두 영화 사이에 들어가 있는 4개의 가짜 예고편도 못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정말 간단하다. 줄거리라고 할 것 까지도 없을 정도인데, 간단하게 말하면 '인과응보'로 모든 게 집약될 수 있다. 자신의 차를 데쓰 프루프로 꾸민 스턴트맨 마이크는 한 무리의 여성들을 주시하고 있다. 이 때 카메라는 나초를 먹는 마이크를 접사로 잡아내고 있는데, 꾸역꾸역 먹어대는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얼마나 변태스러운 놈인지를 잘 표현해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마이크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림으로서 만족을 얻는 마초이면서도 일종의 변태 성욕자 같은 느낌이다.(커트 러셀이 마이크 역을 맡은 것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의 캐스팅이다. 마초적이고 변태적인 역에 너무 잘 어울린다.)
마이크는 옆 좌석에 태운 여성 한 명을 죽인 뒤 네 명의 여성이 운전하는 차와 정면 충돌, 교통사고로 위장해 네 명을 모두 살해한다. 1부가 끝나고 2부는 여성들에 의한 복수를 다룬 부분이다. 그런데, 1부와 2부는 같은 악당이 나오고, 관객으로서는 인과응보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 마이크는 차를 운전하는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리는데, 이 여성들은 만만치가 않다. 역습을 하는 여성들은 결국 마이크를 집단 린치하고 그 동안 여러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죽였을 악당을 처단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1부와 2부의 마지막에 배치된 카레이서 장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별 의미 없는 너저분한 수다와 잡담으로 이어 붙이고 있다. 여성들의 농담이 가끔씩은 마초들이 성만 바꾼 채 진행하는 듯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이미지적으로는 마초 대 마초의 대결구도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영화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단연코 마지막 20분의 복수 장면인데, 자동차의 굉음과 화끈한 복수 장면은 나중에 그 부분만 떼어 놓고 봐도 스트레스 해소에는 아주 적격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가는 화면에 스크래치를 내고, 화면이 건너 뛰고, 흑백 필름이 끼어드는 등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과거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가짜 골동품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이러한 묘사는 타란티노가 어릴적 영화를 즐겼던 '그라인드 하우스'의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미국에만 있던 그라인드 하우스를 다른 나라 관객이 충분히 공감하기란 쉽지가 않을텐데, 오래전 동시상영을 했던 재개봉관 또는 재재개봉관의 화면으로만 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릴 적 화면에 내리던 비와 구름, 필름이 끊어지고 이어붙이고를 하다보니 생긴 갑작스런 건너뜀, 그리고 그 어수선한 분위기를 오늘날 다시 재현해 내다니. 이래서 타란티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란다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플래닛 테러>와 함께 4편의 예고편도 어서 빨리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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