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연애담을 듣다보면 ‘정말 저럴 수 있는 걸까? 그 정 도로 사람을 좋아할 수가 있는 걸까?’ 온갖 의문에 휩싸이면서 들 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끝이 별로 안 좋았던 연애담은 제 머리 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기 일쑤니까요.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미명 하에 저렇게 서로를 괴롭히고 상처주고 그 러면서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적이 종종 있거든요. ㅡㅡ;;; [나쁜 남자] 역시 그런 느낌이었죠.
한기는 오늘도 그녀를 지켜봅니다. 그녀는 자신의 방 거울 너머에 그가 앉아있다는 사실 아마 꿈에도 모르겠지만 항상 그렇게 바라보 고 있습니다. 무덥던 그 여름 날 그가 선화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 운명은 이미 비틀리기 시작했다는 걸 그도 선화도 그땐 미처 몰랐 겠죠. 그녀가 그를 쓰레기 보듯 피하지만 않았다면... 그가 그런 그 녀에게 집착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엇나가진 않았을지 모릅니 다. 그녀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로 작정한 한기는 덫을 놓았고 그 덫에 갇힌 선화는 미대생에서 창녀촌으로 팔려 온 매춘부 신세 로 전락하게 되죠. 그러나 한기는 오늘도 서서히 망가져가는 그녀 의 모습이 왜 그녀가 자신에게 던졌던 그 경멸보다 더 가슴 쓰리게 다가오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오늘도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잦아듭니다.
제가 [나쁜 남자] 사이트에 갔을 땐 한기가 유죄인가 무죄인가에 대해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요? 전 당연히 유죄 쪽에 표를 던졌죠. 제가 그렇게 처절하리만치 누군가에게 매달려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요? 영화를 본 이후에도 한기에 대해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더군요. 그 어떤 이유에서든 그가 보여준 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이며 집착이니까요. 다른 이의 사랑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남의 취향 탓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일지 모르지만..... 전 오 히려 나중에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냥 남는 선화의 모습이 더 눈에 남았습니다. 그녀가 남은 이유가 사랑 대문일까 아니면 한기의 마음에 길들여진 것일까... 아니면..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걸까요? 보고난 뒤에 왠지 깊은 시름처 럼 한숨을 뱉어낸 저였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상황에게 길들여져 간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든가 상호간에 감정의 교류라는 측면보다 마치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길들여져 간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점이 제가 제일 섬뜩하 게 느끼는 부분이구요. 마치 동물원에 갇혀 늙어가는 야생동물을 보는 듯한 기분. 항상 그랬듯이 씁쓸하고 착잡하고... 그렇게 영화 를 보고 나왔습니다. 감독과 환상적인 파트너인 조재현의 연기야 언제나처럼이었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애증이 교차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조재현만한 배우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한기와 선화의 감정교류가 납득될 만큼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스토리가 좀 붕 뜨는 기분이었구요. 그만큼 선화 캐릭터에 적응이 안 되서 서원의 전반부 연기가 어색해 보였던 게 아쉽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영화 ‘대중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긴 한가요? 물론 앞에 ‘김기덕 작품중에서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습니 다만.... 전 오히려 [수취인불명]으로 알 것도 같던 김기덕 감독이 [나쁜 남자]의 후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다시 알 수 없는 저 너머로 날아가 버린 기분이었거든요. 가끔씩 관객은 따라가지 못하 는데 감독이 자기 느낌에 취해 앞서나가는 부분도 좀 있더군요. 하 기사 언제나 못 따라가는 부분이 존재해왔으니 새삼스러운 건 아니 지만요. 지금도 전 그의 영화를 보고나서는 도대체 왜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건지.... 저도 길들여진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