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하면 생각나는것이 무엇일까? 나는 우선 '유혈낭자'가 생각나며 '괴짜'가 생각난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킬빌>과 <신 시티>를 본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유혈이 낭자하는 영화를 어느정도 좋아하기 떄문에...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하면 떠오르는것이 '매니악'이다. 그의 영화는 아무나 다 소화할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군에 있을때 부대에선 매주 최신 개봉영화를 한편씩 보여줬었는데(사관학교라 복지가 좋았다)
<킬빌 Vol.2>를 상영해준적이 있다. 나는 너무도 재밌게 봤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군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쓰레기'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분명 <킬빌>은 화제의 영화였고 평도 좋았는데 말이다.
<데쓰 프루프>의 개봉소식을 처음 접했을때 '쿠엔틴 타란티노'감독이란 말을 듣고 '액션 상당하겠군'이란 예상을 금새 해버렸다.
어쩌다 봐버린 일요일 점심시간의 심심풀이 영화프로그램에서 <데쓰 프루프>의 프리뷰가 나왔다.
이런 영화였군! 재밌겠어! 뭔가 미스테리하면서 스릴있고 주인공의 과거가 느껴져!!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할때 극장안은 박수와 탄식과 환호와 웃음이 넘쳤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발칙했다. 하지만 통쾌했으며 유쾌하고 장난끼가 넘쳤다.
그리고 역시나 그의 스타일은 참 독특하고 복고적이며 매니악했다. 거기에 B급까지.
영화의 줄거리? 뭐 그런거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
'데쓰 프루프'라는 100% 죽음방지 차량을 끌고 다니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러셀).
그는 여자를 차에 태우고는 위험에 빠트린다. 왜? 왜? 왜? 생각지 말자.
영화의 절반은 여자들의 수다다. 평소 여자들의 수다를 들으면 귀가 아프다거나 지겨워 못살겠다는 사람들은
영화의 절반은 귀를 막고 관람하시길 바란다. 사실 말이 여자들의 수다지 거의 모든 대사들의 문장에
'Fxxk', 'Sxxt', 'Bxxch'가 안들어가는 문장이 없다. 'Ass'는 애교다. 계속 영어로 떠드는 통에 번역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인들은 지겨워 눈이 감길지도 모르지만 영어권의 사람들은 키득키득 웃더라.
사실 번역이 의역이 많이 되고 굉장히 순화되어서 좀 번역만 보면 재미없을 수도있겠다. 영어에 귀가 좀 트인 사람들은
번역보지말고 들어보자. 욕뿐이 안들린다 -_-;;
절반은 여자들의 수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무엇일까. 역시 차량 액션이다.
이 영화의 3분의 2는 차안에서 진행된다. 첫번째 여인네들의 수다만 술집에서 이뤄질뿐
나머진 거의 차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커트 러셀 출연분은 90%가 차안에서 이뤄지고 그의 모든 운전은 스턴트다.
그럼 과연 커트 러셀은 얼마나 출연한걸까. 분명 얼굴은 계속 나오는데 스턴트는 스턴트맨이 했을텐데.
영화의 컨셉인 차량 스턴트 답게 영화속의 스턴트는 굉장하다. 말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한다.
액션 영화에서의 맨날 드리프트하고 점프하고 그런 스턴트가 아니라 진짜 리얼 스턴트다.
왠지 나도 해보고 싶을만큼.
이 영화가 유쾌, 통쾌한건 후반의 30분에 있다. 사실 그 전엔 그리 그런게 없다.
피곤한 상태나 잠을 잘 못잔 상태였다면 졸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만 나온다. 딱 한장면 빼고.
사실 나도 계속 졸다가 이 중간의 장면떄문에 잠이 확 깼다. 200km 충돌씬.
그리고 여태본 수백편의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
그리고 정말 통쾌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폭행씬!!
손에 땀을 쥐는 카 스턴트.
솔직히 더이상의 영화 이야기는 소용이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편집상의 실수나 아마추어적인 부분을 의도적으로 집어넣고
화면의 색감이나 그래픽등을 B급 영화 처럼 만들어 넣었다. 사실 그의 영화들이 대부분 이런 스타일을
보이긴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이 보인다. 다만 그 의도를 모르겠다는 거.
자신이 그런류의 영화 매니아 였다는 것을 보여주려 함인 것인지, 그래서 오마쥬처럼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중간중간 넣어놓은 쓸데없는 장면들이 다른 영화였다면 저걸 왜 넣었나 하고
계속 생각했겠지만 영화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뭐 넣어도 상관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재미 이외엔 생각지 말아라'라고 감독이 말하는 듯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만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쿠엔틴 스럽다'로 시작해 '역시 쿠엔틴'이라는 생각으로 마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사람은 바로 '커트 러셀'이다. 개인적인 그의 이미지는 점잖고 중후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점점 영화가 뒤로 갈수록 깨어지는 그의 이미지는 거부감이 들지않게 변신한다.
어떻게 보면 귀엽게 보여지는(나만?) 그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코믹적인 요소다.
여인네들의 수다가 너무 길어 지겹고 졸릴때쯤 나타나 주시는 러셀 형님.
저렇게 점잖게 생기신분이 왜 그러실까...
전에 본 <스타더스트>의 로버트 드니로 이후 또 한번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처음보는 이미지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히 녹아드는 듯한 연기를 보여준 커트러셀은
단연 이 영화의 히로인!!
이 지루하기도 하지만 센스넘치고 발칙하고 통쾌한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황당함을 뺏어버린 쿠엔틴 타란티노.
그였기에 이런 영화가 나왔으리라 본다. 그래 순수한 의미의 '재미'말고는 생각지 말자.
영화 보면서 든 생각이 '영화 장난으로 만들었군'
그러니 재밌는 장난으로 봐주면 될 것 같다.
요즘 영화에서 스토리라는 것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
적지 않은 영화들이 부실한 내용으로 만들어져 볼거리만 있고 생각할 꺼리는 없는 영화가 많다.
'재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고 직접 할때 느끼는 것이 '재미'다.
영화에서 누구는 그것을 스토리에서 느낄 수도 있고, 누구는 화려한 볼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
누구는 영화에 숨겨진 감독의 의도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면서 느낄 수 있다.
내용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비중은 영화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각자가 느끼는 재미가 다르기 때문에.
내용없다고 뭐라하지 말자. 내가 봐서 재밌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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