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중국의 하얼빈역.. 애국열사 안중근은 기차에서 내리는 이토히로부미를 향해 용감하게 총을 뽑는다.. 그러나 한 눈치빠른 병사에 의해 그 암살기도는 미수로 끝나게 되고 결국 사살당하고 만다.. 그 뒤부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역사.. 충격적인 오프닝들이 이어진다.. 제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일본.. 결국 조선을 속국으로 삼고.. 서울은 일본의 제3도시가 된다.. 2002 월드컵은 일본 단독으로 진행되고 이동국 선수는 일장기를 달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서있던 그 자리에는 도요토미히데요시 동상이 서있고.. 이 도시에는 이제 세종대왕이 남긴 자랑스런 글자 한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영화는 참으로 놀라운 역사뒤집기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했고.. 너무나도 놀라웠다.. 그냥 순간의 실수이려니 생각했고.. 일본과 합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보니 왜색이 짙어진 것은 아닐가 걱정도 됐고.. SF 영화임에는 분명한데.. 뭔가 반전될 계기가 있을 것이다라는 조마조마함으로 지켜봤다..
중반까지 접어들때도 솔직히 거북스런 맘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그냥 가상이고 영화라고 가볍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아무리 속국이 되었다 한들 그 민족성은 남아있을텐데.. 조선인이라 설정되어있는 배우들이 등장할 때도 일본인들의 잔인하고 철저한 민족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 많아 거부감이 잃었다.. 테러범을 진압할 때도 너무 잔인했고.. (이미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무기가 없는 범인에게 너무나 많은 총알을 난사한다..) 가족과 친구까지 버려가면서 충성을 다하는 개인보다 나라가 우선한다는 사무라이정신도 거슬렸고.. 후라이센진의 아이가 죽어가는 장면과 사이고의 아이가 행복해하면서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장면이 교차편집 될 때는 없던 반일 감정마저도 최고조에 이르는 기분이었다..
물론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러.. 외려 우리 조상의 우수성을 드러내 주기는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번성하던 시기였던 고구려를 등장시켜 그들이 신성하게 제를 지내던 영고대의 신비한 힘을 부각시킨다거나.. 이 모든 것이 인동초같은 근성으로 끝까지 그들에게 저항하여 나라를 되찾고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혀주고.. 결국 막판 뒤집기로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 벌였던 싸움을 승리로 마무리지었다는 것 등은 아마도 이를 더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참으로 참신하다.. 어디 다른 나라보다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유난히도 날카로운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생각이나 해봤겠는가.. 여기에 그 적대적이라 생각하는 일본을 공동 제작자로 끌어들였고.. 대거 일본배우들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양국의 문화적인 회합을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양국 어디에서도 크게 환영받지는 못할 듯 하다.. 아마도 무수한 찬반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설정 자체가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식의 과격파까지 나설 정도로 이미 논란이 되었고.. 필경 초중반부의 그럴싸한 설정에 혹했던 일본에서도 교과서를 왜곡해서라도 감추어두고싶은 자신들의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며서 -물론 다 원래대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편에 서는 이 영화의 숨겨진 의미를 달가워 할 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우리네 문화와 민족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를 곱게 받아들이기에는 그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나라에서 아마도 힘들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이기에 좋다.. 영화이기에 이런 발칙한 상상도 가능했을테고.. 마음껏 남의 눈치 안보며 상상했던 바들을 시도해봤을 수도 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일히 찾아내가며 숨겨진 그 의미들을 밝혀서 분개하기보다는.. 그저 한 편의 상상력 가득한 영화로서 받아들여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나 일본 양국 모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