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을 놓친 후, 뒤늦게 황진이를 보게 되었다.
2시간 20분 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설사 시기탓에 흥행에 실패했을지라도, 도대체 왜 이 영화가 혹평을 받았는가 ?
정말 짜임새 있는 이야기구조와 아름다운 배경, 음악, 연기력.... 도대체 왜 ?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 연말 대상을 휩쓴 KBS 황진이가 떠오른다.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줄 위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며,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요란법석 재주를 부리던 황진이의 모습....
영화 황진이와 비교해보자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실제 황진이의 모습은 도리어 영화 속 황진이의 모습에 가깝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사랑 앞에서 고뇌하고, 힘든 나날들에 홀로 방에서 눈물을 훔치곤 했던 인간적인 황진이의 모습....
시대와 당당히 싸우기 위해 그녀가 걸어야 했던 가시밭길들, 그에 연이어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아픔....
물론 드라마 황진이에도 인간적인 황진이의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주얼과 현란한 음악이 그 모습들을 쉽사리 잊혀지게 만들진 않았을까?
아마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황진이는 색색의 한복을 입고 검무를 추거나, 학춤을 추는 여인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황진이는 그야말로 염료의 물기를 쫙 빼고, 무채색으로 화면을 구성했으니,
비주얼에 쉽게 달아오르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애초에 먹히지 않았으리라.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 황진이의 실패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접속', '텔미썸딩', 그야말로 촘촘한 내러티브의 귀재 장윤현 감독의 재기는 실패로 돌아가고,
자기가 가진 최대한의 에너지를 쏟아내었다는 송혜교의 놀라운 연기력이 인정되기엔 관람객이 너무 적었다.
그리고 정말 가슴에 와닿는 명대사들이 너무 많은 영화였는데 그대로 묻혀버렸다.
자수하러 가는 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황진이의 애절한 모습,
마지막 외금강에서 촬영했다는 금강산 장면 ! 극장에서 봤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런지....
여튼 영화 황진이는 이대로 묻히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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