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자극하더군요...
<본 슈프리머시>, 아니 웬만한 블록버스터들보다 업그레이드된 흥분과 쾌감을 선사해줍니다. 특히 탠지어에서의 '쫒고 쫒기는' 추격과 치열한 격투를 담아낸 시퀀스는...경이로운 박진감과 긴장감으로 점철된, 그야말로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의 극을 달리게끔 이끄는 볼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탁월한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하여 경지에 가까운 스펙터클을 선사한 감독 폴 그린그래스의 솜씨에 놀랐습니다.
또한 그저 머리 비우고 보는 가벼운 팝콘무비와도 격을 달리 하는 것쯤은, 이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제이슨 본이, 그저 억울하게 희생되길 강요 받는 선한 사람이 아니라, 과거에 비뚤어진 신념을 지닌 채 살인을 무참히 감행하는 '권력의 개'로 이용당한 악인이었단 사실은 분명 중요한 점일 것입니다. 그는, 막연히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감행된 지극히 어리석고 잔혹한 행태들의 중심에 섰던 인물인 것입니다. 결국 관객들은, 이 시리즈가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정체성 찾기 여정을 통해, 거대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저지른 온갖 악행에 대한 고뇌와 참회를 하는 한 개인의 성찰극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패권주의("언제까지 계속 사람들을 죽일거냐"는 파멜라 랜디의 질책에 "우리가 이겨야 끝난다"라고 외치며 유치한 야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노아 보슨의 모습...)와 전체주의(국가를 보존한다는 명목 하에, 전세계에 촘촘한 감시의 눈을 들이대며 개인의 자유를 은밀하게 침해하는 "빅 브라더" 식의 정보기관들. 기자의 통화내용에서 "블랙브라이어"라는 단어를 포착해내고 치밀하게 추적을 감행하던 정보 기관의 모습에서 경외로움과 더불어 섬뜩함을 느꼈습니다.)로 얼룩진 국가 권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시리즈 내내 깊숙이 배어있다는 점은, 본 3부작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결론: <본 얼티메이텀>은 상당히 잘 만든 오락영화입니다. 지적/오락적 쾌감의 진수를 만끽하게끔 이끄는 블록버스터의 표본으로 꼽힐 만한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다만 <트랜스포머>처럼, 상황 인지에 혼돈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빠른 편집과 카메라워크(비록, 제대로 된 현장감을 선보이고자 한 폴 그린그래스의 의도이긴 하지만...)는 다소 유감.
ps 1. 마드리드 지부장 닐 다니엘스가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뭐죠? 머리가 나빠서인지(-_-;) 이해가 잘 안 되더군요.
ps 2. 본 슈프리머시의 마지막 장면이 극 후반부에 절묘하게 등장하더군요. "전편의 내용을 이렇게도 사용하는군..."하며 감탄했습니다.
ps 3. 물이 죽음과 재생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면은 제이슨 본->데이빗 웹으로의 환골탈태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인상 깊은 씬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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