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에서 바르게 사는 사람 2명을 고르자면 단연 <쏜다>의 박만수(감우성)와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정재영)이다. 앞의 분은 바르게 살아도 당하는 사람이 한바탕 분노 표출이라면 뒤의 분은 바르게 살아도 짤리는 신세지만, 그한테 잘못 역할 주어졌더니 된통 당하는 것이다. 라희찬감독은 <박수칠 때 떠나라>의 조연출에서 첫 데뷔작품인데, 그에 대한 불안이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그가 장진 사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 또한 장진감독이 제작에, 각본을 썼다. 지금까지 각본 쓴 게 15작품이 넘고, 하나같이 그가 쓰는 작품에서 재미가 있었기에.. 그리고 장진감독 친구인 "정재영"이 나온대서 더욱 궁금했다. 원작은 일본 작품이지만, 영화 냄새는 장진 냄새다. 바르게 사는 놈이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의 강도였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생각한다.
무대인사를 왔었다. 장진 감독은 자기가 제작자이기 때문에 아니라 미리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재밌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오버가 아닐까 하는 우려는 영화를 보면서 내 배꼽을 찾기에 바빴다. 특히 정재영의 무뚝뚝한 연기는 단연 뛰어났고, 맞는 말이어서 반박은 못하지만 흐름을 딱딱 끊는 장진식 유머가 돋보였다. '내 사전에 대충이란 없다' 라는 모토와 걸맞는 '정도만'은 단 한 번의 실전같은 모의훈련 에피소드를 1인 강도 vs S.W.A.T 특수기동대 & 경찰 구도로 끌어들여 실전이었으면 8시간만에 8명이나 사망시키는 뉴스에 나오는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사건은 점점 커지긴 하지만,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찰들과는 달리 안에 있는 정도만은 태평하다. 실전이 아니기 때문에 포박, 사망, 실신 등의 푯말을 목에 거는 걸로 대처하지만, 훈련이기에 은행직원들도 잘 따른다. 아예 처음부터 은행에 있었던 사람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렇게 재밌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체는 진짜 바닥에 누워있고, 포박에 걸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한 직원의 도발로 그녀는 "짝짝짝" 뺨을 맞고(가짜로) 실신하고, 더 대들다가 결국 갈 때까지 가는 상황이 나온다. 모의훈련을 어수룩하게 봤던 경찰의 뒤통수를 치는 치밀한 정도만의 사전 준비와 계획도 재밌었지만, 만약 그걸 직원들이 따르지 않았으면 영화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정도만 vs 경찰 의 구도로 잘 이끈 인질들의 협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에서 웃음포인트를 많이 발견했다.
밖에서는 정도만이 너무 열심히 미션을 잘 수행해서 약오른 서장이 있다. 나중에는 "넌 강도야 이 새끼야. 지금까지 강도 짓을 하고 있었잖아!" 하면서 악에 바치는 소리까지 하지만, 정도만은 약올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결과까지 자신은 승리를 챙겼다. 그 상황에서 딱딱 맞아떨어지는 정도만의 행동은 역시 모두 장진감독의 시나리오 쓰는 기술이다. 막바지에 이르러 '붕가붕가' 노래와 함께 인질들의 우산들고 추는 춤은 압권이었다. 영화가 조금 지루해지나 싶더니 바로바로 맥을 끊는 그의 유머가 톡톡 터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은 통 보기 힘들다. 촬영도 밖에 상황이 궁금할 즈음, 밖을 보여주고, 다시 정도만이 뭘하나 궁금하면 안을 보여주고.. 적절한 화면 시간 조절도 마음에 들었다. 비록 무대인사 왔을 때에는 너무 수줍어서 자기 소개도 제대로 못한 '라희찬' 감독이었지만, 카메라 앞에서의 영화를 향한 열정을 장진 감독이 잘 봤다. 바로 다음 작품을 찍고 있는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바르게 살자! 영화 제목 그 의미는 그대로 가져왔다. 결국 정도만은 형사계로 복직했다. 그의 올곧은 행동으로 웃기도 했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관객들 기분까지 좋게 끝난다. 보고 나서 현재 생활과의 차이로 고민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 일어나기도 만무한 그런 에피소드의 영화의 최대 장점은 영화를 본 후 전혀 현실과 비교를 안 해도 된다는 점이다. 단지 영화 속 그대로의 상황만 100여분 즐긴 후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오면 되는 것이다. <바르게 살자>는 딱 그 분위기를 제대로 잘 살렸고, 그 밥상 위에서 우리는 하하 호호 웃기만 하다가 밥 다 먹고 나오면 끝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코미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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