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전작인 <엽기적인그녀><클래식>은 정말 다시 봐도 재밌고, 슬프고, 감동적일 정도였지만, 나머지 영화들은 실망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여.친.소>로 욕먹은 거 살리나 했다. 그러나!! <여.친.소>에서는 노래라도 건졌다. <엽기적인그녀>의 'I believe', '캐논변주곡' <클래식>의 '너에게난나에게넌','사랑하면 할수록' <여.친.소>의 'BK러브' 등 아직까지도 계속 듣는 노래도 있지만, <무림여대생> 건질 게 하나도 없다. <해부학교실>의 '온주완'도 거기서 보여줬던 대학생에서 보여줬던 특징마저 없는 백수대학생이었고, 최재성, 이대근, 김형일도 보기 안타까웠다. 나름 초반에 멋진 액션장면을 보여준다 했지만, 왕년에 그 다들 영화 속에서 한가닥 했던 실력은 와이어씬으로 다 죽어버렸다. <화산고>의 '신민아'는 강단 있는 검도부 주장을 맡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자신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모든 캐릭터들의 각 특색이 다 죽었다. 게다가 남발하는 와이어.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영화를 보면서 <연인><아라한장풍대작전><여.친.소><엽기적인그녀><클래식> 등 여러가지가 영화가 생각난다. 자기 작품을 오마쥬? 하여튼 오마쥬 형식으로 따라했다고 보여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너무 그 작품수가 많았다. 무슨 패러디 영화도 아니고, 이렇게 다양한 영화들에서 나온 장면들을 똑같이 보여주면서 도대체 감독은 우리에게 뭘 기대한 것인지!! 특이한 캐릭터 때문에 웃은 것이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근때문에 웃은 분들은 원래 그 분은 그런 개그 캐릭터로 많이 나왔는데, 그런 영화를 보지 않으셨나? 온주완의 힘겨운 노력도 영화에 재미를 불진 못했다. 그나마 <여.친.소>만큼 강력한 한 방은 아니었지만, '차태현'의 비둘기 밥 주는 씬은 영화에서 몇 안 되는 웃기는 장면 중 하나였다. 왜 나왔나조차 의심되는 유건과 임예진의 띠동갑을 뛰어넘는 사랑이야기도 자투리에 불과하다. <클래식><여.친.소>처럼 특별출연인 듯 임예진의 비중은 많지 않았으나, 정말 공감 0%의 러브라인. 그러다가 갑자기 신민아한테 뿅? 그리곤 나도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영화에 불필요한 장면이 1시간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그 중 15분 넘게 유건과 임예진이 차지한다. 그리고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딱딱한 두 분의 대사. 아! 다시 생각해도 고욕이다.
신민아도 마찬가지다. 영화 처음 집과, 학교가는 길에서 재기발랄한 모습은 끝까지 간직하지만, 그녀가 인상쓰고 심각해지고, 오버하면서 영화랑 같이 추락한다. 곽재용 감독의 여태까지 작품보다 액션씬이 많았는데, 박진감도 없고, 긴장감도 없는 날아다니는 씬이 대부분이다. 아예 <중천>처럼 날아다니는 것도 등에서 뭔가가 나온다는 설정이라든지, 그게 아니라면 중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박진감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무슨 한결같이 슝~ 날아다니는 게 마치 새들이 나는 마냥 편안하면서 표정에서 절박함은 전혀 없고. 2:50 대결도 그렇다. 온주완의 발차기는 <짝패><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 보여준 그 화려한 무술이 아니고, 애들 발차기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었어도 그보다 더 화려하고 긴박하겠지만, 이거 뭐.. 누가 이길지도 뻔히 보이는 결말에 주인공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그러니까 우리가 그 장면을 꼭 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림여대생>! 솔직히 제목부터가 좀 그랬지만, 좀 보고 있자니.. 이건 시대를 넘나드는 게 아니고, 불과 몇 십년 전에 무림이 있다는 설정도 되게 웃겼다. 아니, 뭐 조선시대 얘기도 아니고(물론 그러면 여대생이 없겠지만) 모두들 한복입고 무술대회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 어디 있다고? 아무리 영화가 현실성이 결여되었어도 이건 너무한 처사다. 그러니 당연히 공감도 안 가는 수밖에.. 게다가 최면에.. 최면 푼 방법이 눈물? 청명검에서 울리는 소리? 나 참. 게다가 아무리 신동이라지만 소휘는 최고의 무술을 너무 금방 익히고, 최고끼리의 결투도 너무 싱거웠다. 특히 마음의 소리를 그들이 듣는다면서 낮게 목소리 까는 온주완의 대사 몇 개는 듣기조차 어려웠다. 같은 생각이어도 소휘는 원래 목소리로 얘기하더만. 그리고 이번 영화는 비오는 장면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앞 영화들은 그 날씨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쓰였었는데.. 아.. 전작들과 계속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이 봐 왔던 장면의 답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곽재용 감독도 갈 때까지 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다시 초창기의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때인 거 같다. 이 영화는 누리꾼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는 힘들다 생각한다. <엽기적인그녀><클래식>을 만든 그 때의 감독님으로 돌아가면 된다. 내려올 때까지 내려왔으니,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영화마다 사랑이야기는 좋은데, 액션쪽으로는 오면 안 되겠다. 사랑과 액션은 어쩐지 아구가 맞지 않는다. 예전 장기를 살려 로맨틱코미디, 멜로로 한 번 좋은 작품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액션로맨틱코미디여서 그런지 시끄러운 음악이 많이 들렸는데, 좀 상황에 맞는.. 그런 음악을 바란다. <여.친.소>는 그래도 전지현의 스타성으로 관객이 많이 왔다 하지만, 엄청난 격전지가 될 추석에 개봉한다면 <무림여대생>은 진짜 완전 망할 것이다. 오죽하면 모니터 설문지에 개봉일을 미루는 게 그나마 완전 쪽박은 면할 거라고 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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