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쓰기에 앞서, 이런 곳에 글 거의 남기지 않는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너무 가볍게 이 영화를 접한 대다수의 사람들한테 지나친 혹평을 받는 거 같아 안타까워 글을 올립니다.
<조디악>은 기본적으로 데이비드 핀쳐가 새롭게 도전한 스타일로부터 시작한다. (평론가들은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스타일을 표현하는 그의 완숙미가 짙어졌다고 한다) 영화는 <세븐>, <파이트 클럽>, <패닉 룸> 에서의 그의 테크니션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처럼 전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이 영화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론, 화려한 연출이라 할지라도,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조디악' 보다는 조디악을 쫒는 사람들에게 집중한 연출 덕분에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배역 이름을 잊어먹었습니다 ㅠ) 제이크 길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의 축으로 구성되는 이 영화는 훗날 연기 지망생들이 반드시 참고할 만한 영화가 될 느낌을 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조화된다. 평론가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를 보고 그의 연기 인생 상 가장 완벽한 연기라고 평하지만, 나는 마크 러팔로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는 그의 실생활과 많이 닮은 모습이었다. 배우로서의 가치 보다는 가쉽거리로써 더 잘 등장하는 그의 특성상,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알콜 중독에 걸린 모습과, 다소 삐뚤어진 모습들은 그의 실생활과 많이 관련되있다고 생각한다.(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전 출연작들이 평범한 작품들이었다는 점을 감안 해 볼 때,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다소 거칠지만 형사로써 이성을 지키고, 또한 '조디악'에 집착할 꺼 같으면서도 그 끈을 생각보다 쉽게 나버리는 '토스키'라는 형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토스키'의 연기 모델이 '대부'의 쏘니(맏아들)와 '비토 꼴리오네'(말론 브란도)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소 거친 스타일과 그의 영화속에서 복장들은 쏘니와 상당히 흡사하고 다소 억눌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영화를 보느 내내 말론 브란도가 생각났다. '제이크 길렌할'의 연기는 흐뭇하다(?). '투모로우'에서 다소 어눌해 보이는 10대 학생을 본 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디악'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그러면서도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책임감이라는 끈을 쉽게 놓지 않는 초보 아빠의 어리버리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그래서인지 영화속에서 조디악인 줄 알고 한 집에서 도망가는 모습을 볼 때는 다소 웃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실제 이름을 모르는 한 사람(토스키의 파트너 역할)의 연기 또한 오래동한 기억될 꺼 같다. 형사로써 깔끔하면서도 유능하고 그러면서 말투에는 다소 편집증적 요소까지 보여지는 이 형사는 비록 중간 정도에서 물러나지만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결론짓자면, 이런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때문이라도 조디악은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럼 영화적 완성미에 대해 살펴보자! 내 친구가 영화를 끝나고 하는 말이 '살인의 추억'처럼 긴장도도 떨어지고 뭐이러냐!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두영화가 동일하게 비교될 수 없는 영화라 생각한다. 물론 비슷한 소재이고, 미해결 사건이 주는 묘한 공포심 때문에 홍보를 할 때도 비슷하게 연관지어서 했지만' 살인의 추억'은 흥행성에 기초한 연쇄살인스리럴물이었다면, '조디악'은 연쇄살인사건에 기초한 주변 인물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상처받고 그걸 바라보는 사회는 어떠한지에 대한 일종의 드라마다. 만약, 데이비드 핀처가 이작품을 살인의 추억처럼 만들었다면?!!! 그게 바로 '세븐'이다. '세븐'의 모티브가 된 것도 '조디악 킬러'였기 때문에,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공포에 떨게 만든 공포 그 자체를 현실적으로 재조명해 보고 싶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세븐'의 '드리마' 혹은 '다큐멘터리' 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세븐' 과 '살인의 추억'을 비교해보면 거의 똑같은 장르 영화에 기초한 작품임을 알 수 있고 두 작품이 주는 영화적 재미 또한 상당하다. 하지만 '조디악'은 이 두 작품들과 너무나 많이 다르다. 우선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영화에 주인공이 형사가 아니다. 영화의 포인트가 극악무도한 범인을 잡는 형사들의 고투를 다룬 것이 아니라 '조디악'이라는 사회악(그 당시는 이 캐릭터 자체가 사회의 공포였다고 한다)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개인들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제이크 길렌할'의 캐릭터도 그렇기 때문에 형사가 아니고 일개 어리버리한 기자이다. 그리고 겁 많은 평범한 가장일 뿐이다. 그가 영화에서 표현하는 건 살인마가 얼마나 극악무도해서 내가 꼭 잡아야 한다! 가 아니라, 한 번 살인마의 얼굴을 보고 싶다!이다. 그것이 바로 그 시대의 사회의 입장이다. 사회는 '조디악'에게 묻고 싶다. '왜 죽였는지?' '너는 누구인지?' 그건 피해자가 잔인무도하게 살해되서가 아니라, 왜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는지? 그러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핀처의 어린 시절 내면에 간직된 그러한 공포심에서 오는 과거에 대한 접근이 바로 이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핀처 영화의 어느 정도의 주제의식과 상통한다. 그는 항상 비뚤어진 사회의 단면을 본다. <파이트 클럽>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이 '에드워드 노튼'이 등장하고 <세븐>에서는 연쇄살인범으로 인해 무너지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부정과 정의 싸움에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메세지가 아니라, 부정이 승리할 수도 있다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인식을 갖고 접근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도 결국 '조디악'이라는 살인마에 의해 포기하고 단념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그 사실에 순응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것 자체가 비뚤어진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회는 '악'을 처벌할 의사를 포기하고 , 분투하는 건 오직 일개 삽화가이다. 이것 자체가 엄청난 아이러니아닌가!
이 영화를 혹평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한 번 다시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