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는 12개 별자리와 그리고 1882년에
만들어진 시계회사의 이름, 그리고 둥그런 원에 십자 표시의 심볼
을 의미한다는 것은 데이빗 핀처감독의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하게
각인되어진다. 조디악이란 필명으로 자신의 실명을 숨긴채 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아있는 연쇄살인범의 자취, 그것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전작인 <세븐> 의 모토가 될 정도로 강한 살인의 향기를 남겼다.
<에이리언3> <파이트 클럽> <패닉룸> 에 이어 돌아온 그의 흔적은
참으로 조용하고 차분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조디악이란 살인마의
사건 과정과 그 과정에서 조디악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던 3명의
시각으로 들여다 보며 조용히 조디악이란 보이지 않는 살인마를
쫓아가게 된다. 팩트 영화로 보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인 근거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로 보여지는 듯한 이 영화의 흐름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1969년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즈
헤럴드 앞으로 배달된 편지는 '조디악' 이란 살인범을 알리는 첫번
째 신호탄이 된다. 1968년 12월 20일 허만 호숫가의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 4일 블루 락 스프링스 콜프코스에서 난사
당해 연인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서술과 함께
신문사의 업무를 마비시키고 잭 더 리퍼 이후 언론에 공개함과
동시에 경찰을 조롱하는 살인마 조디악 의 존재는 실제상황속에서도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 처럼 세 명에게 불똥을 튀게 한다.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의 실제 베스트 셀러 저서 <조디악> 과 <조디악 언매스크트>가 언급되며
탈고 되기까지의 조디악에 집착하며 결혼생활이 파탄나는 과정이야기,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경위이자 조디악을 추적하다가 오히려 필적 위조
사건으로 강력계에서 떠나게 된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경위의
이야기, 코르니클의 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술
중독에 빠지기 전까지 조디악을 쫓아가는 과정이야기가 영화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들의 열정적인 추적과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수 없게 만드는 상처를 안겨주는 존재 '조디악' 은 그의
상징적인 이름만으로도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형성해 침묵하고
도시는 '조디악' 의 위협에 빠진다.1969년 10월 13일 편지와 살해한
택시운전사의 셔츠 조각을 동봉하고 1970년 실명을 암호로 적은
편지를 보낼때까지의 과정이 흘러나오면서 점점 영화는 본격적으로
조디악에 몰입하게 만든다. 나파, 발레호, 솔라노의 사건을 중심으로
작은 단서하나 하나 조사해 가는 그들의 모습은 가정과 직분, 명예를
잃어가는 과정과 함께 광적인 집착에 이르는 모습을 접한다. 모스기호,
날씨 기호, 점성술 기호, 해군 수신호, 알파벳등으로 작성한 암호문을
풀어내며서 점점 사건의 방향을 잡아가는 듯한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1989년에 은퇴한 데이빗 토스키 경위는 1978년
조디악 편지 위조 혐의 취하되었고, 폴 에이버리 기자는 2000년 12월
10일 66세로 폐기종으로 사망, 그레이스미스는 가족과 지내는중이라는
엔딩의 내용에서 실화임을 상기시키는 영화는 사회속에서 보여지는
어두운 그림자같은 시대상과 언론의 힘을 이용한 대담한 편지로
우리들의 현재 모습까지 객관적으로 쳐다볼수 있게 만들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 알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디악인듯 몰고가지만
실질적으로 겉만 맴돌게 되고 결국 범인을 입증하지 못하게 된채
미스테리로 끝나는 귀결되지 않은 사건을 조명하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조디악 킬러의 존재가 미쳤던 그 시대상의
상황과 루머들을 통해 색다른 스릴러적인 요소와 다큐멘터리식으로
3명의 주역을 통해 바라다본 조디악에 대한 의문은 숙제로 관객에게
떠 넘어오게 된다. 적어도 나는 조디악 킬러에 대한 관심을 두고
보게되었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과 조디악 킬러가 언론에 던진 파문,
그가 남긴 잔상들은 현재도 미귀결로 남은 채 다양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느끼며 영화는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조디악이란 신흥종교가 일어나듯 그를 잡으려고 그를 알려고 혈안이
된 광신도들의 이야기라도 되는 듯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동묘사와
사회적인 악영향을 확인하면서 과연 연쇄살인범 조디악이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기나긴 러닝
타임만큼 너무나 차분히 진행되는 영화의 흐름은 스릴러적 묘미와
긴장감, 그리고 버라이어티적이거나 스펙타클한 장면 하나 제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독이 되어 영화의 가치를 떨어지게 했지만 그 만큼
사실적으로 조명되어진 영화가 아닌가 싶다.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그리고 색다른 핀처감독의 시각을 볼수 있는 사실적인 근거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