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17 PM 9:55 광명CGV 혼자
당신은 아내와 애인이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 금요일 밤에 사방천지에 커플들의 호의를 받으며 혼자 영화보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하다. 양옆에도 위에도 아래도 저 멀리도 온통 커플! 그 정 가운데 자리를 꿰차고 앉은 나는 커플들을 돌보느라 바빠 본인은 정작 솔로인 커플들의 신?
그런데 이거 보니까 자기 본 남편, 아내 놔두고 지인의 남편, 아내와 사랑에 빠지게 되던데, 커플들, 늬들 이거 봐도 되겠어? 보고나면 친구의 애인이나 마누라가 다르게 보이지 않겠어?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심술심술심술심술).
그래도 이 영화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에 순진한 눈빛으로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고 할머니도 좋고 할아버지도 좋고 이모도 좋고 고모도 좋고 외삼촌도 좋고......라는 We are the world식의 복장터지는 대답은 하지 않는다. 바보같은 건지, 솔직한 건지 이 영화가 한 대답은 '애인'이다.
이 영화, 에두를 줄 모르는 정공법스타일이다. 당신이 누구와 살고 있는지, 누구와 살고 싶은 건지 묻기 위해 실제로 두 여자 주인공을 물에 빠트린다! 몇년을 함께 살아 온 아내. 지금 사랑에 빠져 있는 여자. 과연 두 남자는 누굴 구했을까?
스와핑을 멋지게 포장했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쨌거나 잘 빠진 영화다. 4명의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또 멋지게 소화했다. 오랜만에 역할에 배우가 녹아든 영화를 보니 마음이 다 흐뭇했다. 요즘은 캐릭터에 눌려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배우 자신이 너무 드러나 거북했던 영화들이 많아서였나 보다. 배우가 누가 나오는 지도 모른 체, 아무 사전지식없이 그저 시간때가 맞아서 보러 들어갔던 영화였다. 솔직히 아무런 기대로 안 했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웬걸, 이 영화, 좋은데!
편견이란, 금요일 밤에 사방천지 커플들에 둘러싸여 혼자 영화를 보는 여자만큼이나 위험하고 그 와중에도 전혀 아무런 위기감을 못 느끼며 자신이 커플의 신인양 그들을 굽어보며 영화 보는 내내 먹어대는 여자만큼이나 오만하다. 영화 볼 때 가장 먼저 버려할 것. 애인......이 아니라 편견!
이 영화 보러 들어 갈 때는......뒤통수 조심해라!
(그냥 유치한 트렌디인 줄 알았는데 꽤 재미있는 스토리 구성이었고, 영상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세련되고 아름다운 데다, 그저 예쁘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꽤 골때리는 이야기)
* 참고로, 저는 알바가 아닙니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좋았던 영화를 칭찬할 때마다 누군가 뒤에서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너 알바지?"
* 포스터에서, 누가 누구의 손을 잡고 있을까? 누가 아내? 누가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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