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 수도 있다.
눈 막고 귀 막고 이웃이 죽어나가든 내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지든 그냥 무시하고 살면 살 수 있다.
마음이 뭐라 하든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고 대답하지 않으면 그냥 편안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폭력의 피로 물들던 1980년 광주의 시민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분통터트려했고 자신의 친구가 죽어나갈때 총칼을 들었다. 더이상 나의 아이, 나의 남편, 나의 친구 가 아니었다. 그들 모두에게 광주시민은 가족이고,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행복을 위해 싸웠다.
나는 늘 역사속에만 만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죽음을 버린 이들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버렸냐고 말이다. 당신의 후손이 보답받는것도 아니요, 당신의 마음을 기억하는 이도 없는데 왜 그렇게 무참히 죽어갔냐고 묻고 싶었다. 쓰잘데기 없는 죽음 같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내내 질문하고 싶었다. 그리고 해답은 곧 눈물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이웃들과 혹은 잘 아는 친구들과 연인들과. 그저 평범하고 일상적이게 살고 싶었다. 아마 역사속에 죽어간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은 주장하는 이념도 없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뭔지 모르며 정치 따위엔 관심없다. 그저 내 가족, 내 이웃, 내 친구들이 죽어나가자 그들을 위해 총칼을 들고 군인앞에 섰을 뿐이다. 그런 개죽음이 어디있느냐 묻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그게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받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나는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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