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을 극장에서 못 본것이 아쉽다. <바람난 가족>과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영화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임상수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었지만 무슨 일들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시간을 놓친 후엔 이미 막을 내린 다음이었다.
그만큼 흥행에 실패했다는 얘기일게다.
몇개월 후 어두운 경로로 본 이 작품은 임상수 감독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황석영 원작소설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쓰여진 탄탄한 시나리오와 지진희, 염정아의 무리없는 연기가 소리없이 빛을 발한다.
광주민주화운동때 구속되어 18년간을 옥살이를 한 현우(지진희)와 구속되기 전에 현우와의 짧지만 긴 만남을 통해 둘 사이 때어난 딸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얼굴도 보지 못한채 현우를 기다리다 죽게 되는 윤희(염정아)의 사랑이야기가 애절하다.
출옥한 후에 윤희의 흔적을 찾아 나선 현우의 발자취 끝자락엔 그의 딸(이은성)이 있다. 이은성의 매력에도 빠져든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들의 사랑을 얘기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픈 과거를 애절한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며칠전 본 <화려한 휴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중량감을 느끼게 된다. 임상수 감독의 깊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황석영의 원작 소설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