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살인의추억>!! 참 홍보 그럴싸하게 했다. <조디악>과 <살인의추억>이 닮은 점은 아직 미해결인 연쇄살인사건인 점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것뿐이다. <살인의추억>은 원작이 없고, 풍자를 중심으로 가상의 시골형사를 하나 만들어 놓고 만든 작품이라고 하면, <조디악>은 거의 사실 그대로를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당연히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범인을 잡진 못한다. 미제 사건이라니까. 조디악 킬러는 언론이 더 키워냈다는 것을 풍자는 잘했다. 그 편지를 신문에 실어서 시민들이 앎 권리를 내세워 두려움을 조장하고, 그 신문을 읽고 살인사건이 나면 다들 조디악인 양 말도 안 되는 제보를 하고, 자수하는 사람들이 끊임이 없었다. 그러나 생존자가 2명 있었음에도 범인을 잡지 못했고, 결국 영원히 미궁으로 남을지도 모르게 되는 그런 사실이 책으로 나왔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조디악>이 탄생했다. 러닝타임도 158분이나 되는데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라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세븐><파이트클럽><패닉룸>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고는 하나, 생각보다 블랙유머도 없고, 영화보는 내내 긴장감이 많이 부족해서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조디악 킬러가 가진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았던 특이한 점은 언론에다가 암호와 함께 자기 살인사실을 알렸다는 사실이다. 신문에 싣지 않으면 협박까지 했으니 모든 신문사들이 당연히 신문에 암호와 조디악 관련 사실을 싣게 되고, 점점 명성은 커져만 간다. 허위 제보때문에 실제 사건이 몇 있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 경찰들도 포기하는 상황. 60년대에 터진 사건이니만큼 경찰들의 활약은 매우 미약하다. <그놈목소리>에서처럼 범인을 잡지 못하고 이끌려 가는 줄곧 그런 내용이다. 세월만 계속 흘러만 가는데 처음 암호에서 눈길이 쏠렸던 삽화가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조디악>의 원작을 쓴 작가이자 주인공인 "로버트 그레이스마스"가 경찰보다 수사망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 놓쳤던 목격자들, 생존자들, 용의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직접한다. 결국 수사관들 역시, 지금은 죽은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연쇄살인범일 거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영화 자막에서도 확실하게 증거가 나오진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검색 몇 번 만으로도 영화 내용은 다 알 수 있다. 힘겨운 주인공의 자료 찾기와 그 사이에 간혹 등장하는 블랙유머, 갈등, 그리고 살짝 맛만 볼 수 있는 긴장감 등 영화 전체적으로 흥행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이미 <브레크백 마운틴>으로 연기를 인정받은 "제이크 질렌할"이 실제 작가를 만나서 배경, 성격, 버릇까지 분석해서 자신이 왜 조디악을 좇고 있는지에 대해 "한 번 만나보고,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한 사건에 미치도록 집착하고, 파고드는 집요한 "로버트 그레이스마스"를 똑같이 표현했다. <도망자2>에서 "샘"(토미리존스)와 성격이 맞지 않는 정부 요원으로 우리에게 눈에 익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유머 감각 있고, 유능한 기자였으나 조디악한테 협박을 받고 그 뒤로 망가져 가면서 결국 3류 회사에 다니고, 집에 숨어 지내는 "폴 에이브리"와 매우 적합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실제 작가와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토스키" 형사 역의 "마크 러팔로"!! 잔인한 악당을 상대로 진짜 형사같은 형사 모델이 될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배우들의 멋진 연기로 영화에 지루함은 느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역시 소설 바탕으로 만든 작품은 구성이나 짜임새는 너무 좋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조디악>도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 사건을 아는 사람도 스크린에서 조디악을 한 번 만나보는 걸 추천한다. 다만 <세븐>의 스타일은 다들 알잖은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 생각하면 과감히 관람 목록에서 <조디악>은 지워야 한다. 러닝타임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살짝 서늘함을 느끼는 것 빼고는 그냥 글만 읽고 끝내도 좋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색깔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영화라서 그의 스타일에 구미가 당기는 사람한테만 추천이다. 내용 알고 가도 좋고, 몰라도 영화 보는 내내 상관없다. 느린 전개는 아니지만, 절대 못 따라갈 만한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또 보자고 하면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영화 하나를 더 보겠다. "데이빗 핀처" 영화는 2번 보진 않아도 될 영화가 종종 있는데 <조디악>이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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