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들은 새로운 상대방을 사랑하는가? 두 여자가 물에 빠졌을 때 물속에 뛰어들어 구한 사람이 부인이 아닌 상대방 남자의 여자였던 장면은 우리에게 그들이 사랑하고 있음을 관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화려한 홍콩의 조명에 취해, 진한 레드와인에 취해 자칫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서로를 사랑하긴 한 걸까? 그들은 매일같이 먹는 밥 대신 빵을 먹으면서 빵이 주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칼을 들었는데 무라도 잘라야지 하는 심정으로 스와핑이라는 조심스러운 주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긴 했는데 뭔가 정곡을 찌르는 듯한 임팩트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어떤 결론을 내놓기보다는 관객들에게 미루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영화의 트렌드인가? 아름다운 영상과 간간히 등장해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조연들의 모습,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한국사회의 통념에 저항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급마무리를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는 영화들.
역시 이 영화도 이런 틀을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그저 미녀배우의 베드신과 화려한 화면편집을 통해 2~30대 젊은 커플들의 호기심에 승부를 거는 영화의 한계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4년 연애, 3년 결혼 생활에 접어든 미지근해진 커플과 단 한 번도 뜨거운 적 없었던 또 다른 커플. 이 두 부부가 선택한 방법은 결국 자신들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 것이었다. 미지근한 커플의 모습만큼이나 미지근했던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진부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해 보인다.
누구나 일탈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두 커플 역시 꿈꾸었던 모습이 아닌 4명 각각의 길을 걷는 아주 현실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데 과연 이들이 다시 합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과연 이들이 앞으로 만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또 한 번의 일탈을 꿈꾸며 사랑이라고 자기최면을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들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미지근한 사랑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르는 가능성은 결혼을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사는 삶으로 평가절하 시킬 지도 모른다.
4명의 아름다운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눈길을 끌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라고 생각한다. 진지한 듯 보여도 무성의한 스토리 전개와 화면편집에 급급했지만 모두 뇌리 속에 남기지 않는 홍콩의 야경처럼 영화는 관객도 모르게 주제를 흘리고 주워 담지 못하고 있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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