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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캐슬] 그들이 찾고자 했던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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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캐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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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hae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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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19 오전 11:3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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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으로 살까... 일반적인 견해라면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들인 ‘의.식.주’ 와 ‘돈’ 이라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겠으나, 우리 자신들 안에 내재되어 있는 무형의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너무나 광범위한 설정이기 때문에 딱히 무엇이 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여기 오래된 성(城)이 있다. 예전부터 성(城)이란 적으로 부터의 침공을 막는.. 즉,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요새 같은 구실을 해왔으나.. 지금 소개하는 성은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쉽게 풀자면, 감옥이자 교도소인 것이다. 사람들이란 곧 죄수들이고, 그들에게 지금 보이는 성은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그들은 일반 시민들이 범죄를 지고 들어온 죄수들이 아니고, 바로 특정 계층의 죄수들이었다. 이름하여.. 군인(솔져)인 것이다.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려고 한 그들이 왜 지금 여기에 있나? 그것은 그들 스스로도 모른다. 그들도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이었기에 자신의 한 없는 욕심에 의해 이렇게 됐을 수도 있고, 정말 무죄같은데.. 억울하게 들어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형기를 마치고, 현역에 복직하거나 명예롭게 퇴역하는 것이겠으나 상황은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일반 교도소보다 더 엄격한 규율에 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 살아있는 것 조차 그들은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짐승처럼 본능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교도소에 자유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들에겐 이제 수동적인 형태의 삶 밖에 남지를 않은 것이다.
그곳에.. 지금 새로운 죄수가 들어온다. 한때는 날아다니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는 권력을 가졌던 장군이었으나, 30년간의 공든 탑이 한번의 실수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제까지 죄수들은 거의 엇비슷한 계급을 가졌던 군인이었기에 (참고로 죄수가 된 지금은 계급장이 필요 없다 – 그러나 인식표는 달고 다닌다) 별 차이 없이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을 구축할 수 있었으나, 이번엔 뭔가 다르다. 흔히 얘기하는 쳐다보면 목이 아플꺼 같은 너무나 높은 곳에 계시는 분 아닌가, 또한 어떤 죄를 지었던간에.. 그들 가슴속에 군인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거나, 그 장군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명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사람이었다. (하다 못해.. 교도소장 보다 더 계급이 높다 ^^;)
그 카리스마에 주눅이 든 교도소장, 같은 죄수 신분이라며 오히려 교도소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할꺼라고 예측 도박에 앞장서는 죄수들, 아직 그 명성과 그에게 입었던 은혜를 생각하는 죄수들로 나뉘어진 교도소 분위기는 차츰 교도소와 죄수들간의 투쟁으로 바뀌게 되고, 그들은 진정 잊고 있었던 그 무엇을 찾았다.
우리나라 말에도 있었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불현듯 스쳐가는 거처럼, 지금 교도소의 죄수들은, 그들이 죄수이기 전에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했던 자신의 신분을.. 자신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상황적 특수성이 없기 때문에, (알다시피 미국 같은 경우는 모병제이고, 우리나라는 징병제이다) 더더욱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군인’이라는 정체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프라이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들어온 그 이유하나만으로 자랑과 긍지가 몸에 배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죄를 짓고 교도소로 들어온 순간부터 그들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잊게 만들어 주었던 이유도 충분히 있었으나,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다시금 깨닫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모양이다. 여기에 군인 정신과 사명감에 똘똘 뭉친, 3성 장군이 수감되었으니, 자연히 동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였나 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 쓰던 교도소장 조차도 라스트 씬에서는 후회의 빛이 역력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연륜에서 배어나오는 그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로버트 레드포드 (유진 어윈 장군역)’는 여전히 녹록치 않은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다음 개봉작 <스파이 게임> 에서도 그만의 특별함을 맛볼 수 있겠지만, 이번처럼 베스트 캐스팅도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에 있어 화려한 빛을 발하는 누군가 있다면, 그 빛을 양분하는 것이 아닌, 뒷바침만으로도 영화를 아름답게 해주는 연기자들이 있는데, ‘제임스 갠돌피니 (윈터 소장역)’ 만큼 그러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는 배우도 드물 것이다.
그들의 신경전을 치밀하게, 때로는 인간적으로, 그려낸 ‘로드 루리’ 감독은 전작 <컨텐더> (아직 우리나라는 개봉이 안됐다 – 올해처럼 선거가 많은 해엔 절대 개봉 못할 것 같다) 에서도 보여주었던 긴장감 있는 구성은 그의 전직이 기자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당연시 됨을 알 수 있다. CF 감독이었던 사람들은 현란한 비주얼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전진 배치된 그들의 파워만으로도 영화적 완성도는 작은 영화로 치부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블록 버스터의 파워 구도속에 조용히 남아야 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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