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가 생각하고 있는 심형래는 분명 본받을만한 인물입니다. 그의 말대로 그가 무작정 달려든 분야는 이미 다른 세계에서 수준급의 위치에 있는 분야였고 거기다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고 잇는 분야였죠. 그런 분야에 아무것도 모른체로 달려들어서 이만큼의 위치까지 만들어놨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심형래는 본받을만한 인물입니다. 과거 <티라노의 발톱>, <드래곤 투카> 같은 그 놀랍도록 처절한 '인형극'을 보았던 본인으로는 이 <디-워>는 CG의 완성도 그자체는 일단 뒤로 제쳐두고 시도했다는 사실, 그리고 여기까지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더 크고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거기다가 아직 심형래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발전중입니다. 여기서 멈출사람이 아니기에, 그리고 여기서 멈출만한 실력이 아니기에 <디-워>가 가지는 그 상징성은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은' 그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그가 여기서 멈춘다고 했다면 뭐라고 말을 했겠지만 그는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시선과는 무관하게 일단 영화를 평가해봅시다. CG는 확실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마지막 L.A. 에서 펼쳐지는 미군과 아트록스 군대의 전투신은 멋지구요. 거기다가 극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무기 대 이무기의 싸움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막말로 이 장면들만 따지고 들면 <트랜스포머> 부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외입니다. 스토리야 뭐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게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악한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넘겨줘서는 안된다.' 라는 것을 중점으로 전개해 나갑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이야기 구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트랜스포머> 역시 그랬기 때문이지요. <트랜스포머> 역시 이야기는 단순한 축에 속했습니다. 그것이 나쁘지는 않아요. 눈에 밟히는 몇가지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것은 그나마 <트랜스포머>는 CG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심형래 감독이 간과하는 한가지 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실사와 CG를 섞는게 차라리 나은 부분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트랜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감독은 로봇 이외의 장면들 대부분을 실제로 했습니다. 자동차가 굴러간다던가 폭발신 같은 경우를 말입니다. 그런게 오히려 CG로 처리한 것 보다 득이 되었습니다. 좀 된 이야기지만 <가메라 3 ~ 사신 이리스 강림> 역시 단순히 CG를 하기 보다는 특촬물의 기술을 살려서 표현한게 득이 된 경우도 많은 장면 있습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그런식의 합성에 철저하게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게 <용가리>가 결정적으로 망한 이유가 바로 실사와 CG 의 심각한 괴리감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아예 전부 다 CG로 통째로 만들어버리자는 속된말로 과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디-워>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단점입니다. 너무나 많을 것을 그리고 너무나 완벽하게 CG로 만들라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어색한 부분은 많이 생겼습니다.
심형래 감독, 그리고 영구 아트 무비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에는 이의를 달 이유가 없습니다. 이제 그들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근접한 느낌의 CG 를 가지고 왔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마지막 이무기 대 이무기와의 싸움을 제외하면 <트랜스포머>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연출력에 대해서는 이의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디-워>의 경우는 제작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계라던가 CG의 완성도가 차이가 납니다. 이건 제작기간이 길때 생기는 특유의 고질병인데 이것은 연출력, 그리고 조금만 신경쓰면 커버할 수 있습니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편집도중 마음에 안드는 장면때문에 다시 배우들 다 불러모아 새로이 장면을 찍은건 유명한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긴 기간동안 장면과 장면 사이가 가지고 있는 완성도의 갭을 무시했다는 것은 솔직히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입니다.
ps. 마지막 이무기들의 결투신은 분명 압권적인 장면입니다. 클라이막스에 어울리는 딱 적절한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장면 빼곤 딱히 눈에 확 띄는 장면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ps2. 한참을 생각한거지만...이무기 대 이무기의 싸움이 압권적인 장면인건 어쩌면 몇분간 내내 펼쳐지는 캭~ 캭~ 캬캬캭~ 캬캭~ 키엑~ 키에에엑~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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