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재현과 과감한 축약의 고민....
2001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첫 문을 연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특징은 전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소설의 성실한 재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것인데, 그러다보니 최근 개봉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까지 5번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지만 감독이 누가 됐든 뚜렷하게 다른 색깔의 영화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어쨌든 이 시리즈 영화의 원작 소설은 한국판을 기준으로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까지는 각 편 당 2권의 분량으로 편찬되다가 4편에 와서 갑작스레 두 배로 증가한 4권으로 편찬되었다. 이는 그 만큼 원작 소설의 양 자체가 과다하게 늘어났다는 것이고, 이는 자칫 짜임새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4편은 그 동안 나온 해리 포터 시리즈 중 가장 짜임새 있고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이후 출간된 5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6편 <해피 포터와 혼혈왕자>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어쨌거나 4권으로 늘어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영화화는 이 시리즈의 특징인 성실한 재현과 함께 방대한 분량의 영화화를 위해 많은 부분에 대한 축약과 생략을 병행해야 하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작품이다. 소실에서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퀴디치 월드컵 결승전은 실제 경기장면 자체를 생략해 버렸고, 좀 더 치밀하고 복잡한 볼드모트의 음모는 단순화되었으며, 특히 해리 포터가 트리위저드 대회를 치르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집요정의 활약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그와 더불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헤르미온느의 '꼬마집요정해방전선' 운동까지.
소설의 영화화는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을 희생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짜임새로는 3편에 미치지 못하지만 스케일로만 볼 때는 지금까지 시리즈 중 가장 크며, 가장 숨가쁜 진행을 보이고 있다. 이 시리즈 영화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확실히 다른 시리즈 때와 비교해서 4편이 나왔을 때 느닷없이 훌쩍 커버린 모습에 꽤나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명절이나 되어야 한 번 정도 보는 친척 조카가 나보다 키와 덩치가 더 커져 갑자기 어른이 된 듯한 모습을 보는 어색함이랄까. 암튼 현실에선 해리 포터 마지막 작품이 선을 보였으니 영화의 제작 발걸음도 좀 빨라졌으면.(아이들이 너무 커버려 어쩔 수 없을지라도 다른 배우들이 맡게 되는 불상사는 제발 피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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