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스>처럼 반전(反轉)이 중요한 영화들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를 알고간다면 영화보는 재미는 거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다. 사실 <디 아더스>의 경우엔 아예 반전영화라는 것 자체를 숨기려 했으나 이제는 제발 결말을 공개하지 말라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이나 시사회에 참여한 기자들을 향해 읍소라도 해야할 지경이다. 1999년 S모잡지 10월호에 K기자가 <식스 센스>의 결말을 말해버리며 당시에 큰 논란거리가 되었던것, 그리고 거의 전설처럼 이야기되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러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범인은 절름발이다"라고 소리쳤던 사람의 이야기등을 생각한다면 이런 비밀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수 있다.
<디 아더스>는 일단 외적으로는 공포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집안의 하인들이 어느날 모두 사라지고 새 하인들이 오지만 집안에서는 자꾸 누군가의 소리가 들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귀신의 집 이야기로 관객을 이끌어 간다. 그러나 그 공포의 실체에 대한것이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로 다가오는 순간, 이것은 공포영화에서 뒤통수를 치는 반전영화로 바뀌게 된다. 본인도 이것을 아무런 정보가 없던 첫 시사회에서 단순한 공포영화라고 알고보다가 크게 뒤통수를 맞은 예이니 말이다.
<디 아더스>의 이러한 반전은 독특한 반전으로 흥행과 비평에서 큰 성공을 거둔 <식스 센스>와는 공포영화분위기에서 반전으로 몰고가는 상황탓에 필연적으로 비교가 된다. 그러나 <디 아더스>의 감독이 <바닐라 스카이>의 원작영화인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이미 독특한 반전을 선보였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란걸 감안한다면 이 영화를 <식스 센스>의 표절이 아니냐는 투의 말투를 던질 필요는 없을듯 하다. 일단 이 영화를 본다면 알겠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궤도는 <식스 센스>와는 방향 자체를 달리하니 말이다.
<디 아더스>의 첫장면은 하느님의 천지창조가 7일만에 이루어졌다는 말, 그리고는 곧바로 그레이스(니콜 키드만)의 비명으로 이어진다. 그뒤 빛을 보면 안되는 희귀병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자연스럽게 어둠의 세계로 안내한다. 영화속 그레이스는 기독교적인 강한 신념을 지닌 어머니이다. 그레이스의 이러한 강박증적인 기독교적 신념은 영화후반부에 극도의 회의감을 부를뿐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거기에 공포영화의 특성을 잘 파악해내고 영악하게 이용하는 <디 아더스>는 공포영화로도 수준급의 공포를 자랑한다.
<디 아더스>의 반전이 더욱 놀라운것은 바로 이 영화가 지닌 이런 공포영화적인 특성때문이다. <식스 센스>의 결말이 느린 호흡으로 다가온다면 <디 아더스>의 반전은 단 한컷으로 효과를 준다. 반전이 나오는 순간 관객의 놀라움은 빠른 호흡으로 최고조에 달한다. 거기에 니콜 키드만의 연기 또한 매력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디 아더스>는 반전이후엔 너무나 긴 설명이 따라붙는다.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 반전에 대한 것을 긴 설명으로 대신했던 감독의 전력과 영화 반전 이후의 상황에 대한 관객의 동감과 영화속 인물 스스로의 충분한 이해를 중요시 한다는 감독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직도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절름발이에서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돌아가던 케빈 스페이시의 모습이나 <프라이멀 피어>에서 악마적인 웃음으로 끝을 장식하던 에드워드 노튼과 허무하게 걸어 나오던 리차드 기어의 모습을 반전영화로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김빠지는 부분인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간 우리가 너무 '충격'이라는 요소에만 강박적으로 매달린건 아닐까 하고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긴 아무리 충격이란 요소에 집착 하지 않으려 해도 이런 영화에서 결말을 미리 알고 본다면 김빠지는건 언제나 분명한 사실이긴 하다. 그러니 차라리 다음 관객을 위하여 아무 말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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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그러니 차라리 다음 관객을 위하여 아무 말도 하지 말자.
2010-08-30
15:18
동감이에여. 아무리 마케팅이라지만 식스센스 얘기가 나오는 것두 문제가 있따구 바여.
2002-01-1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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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스(2001, The Others)
제작사 : Le Studio Canal+, Miramax Films, Canal+ Espana, Cruise-Wagner Productions, Las Producciones del Escorpion, Lucky Red, Sociedad General de Cine / 배급사 : 와이드 릴리즈(주)
수입사 : (주)시네마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