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중 2번째 작품인 "시체들의 새벽" 을 리메이크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데뷔작, "새벽의 저주" 는 원작을 꽤나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해냈다고 느껴진다. 아무래도 1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탓일가? 공포감은 아무래도 좀비라는 특성상 오히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반감된 듯 하지만, 다른 요소들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 이후 "300" 으로 화려함의 극치인듯 보이는 과시적이고 탐미적인 영상을 선보인 행보를 데뷔작인 "새벽의 저주" 에서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 물론 "300" 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은 볼 수 없지만, 화려하고 세련된 화면에서 어딘가 연결고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점들이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었을까.
질주하는 좀비, 그 속도감의 공포 원래 좀비들은 살아있는 시체로 죽여도 죽지 않는 대신 그 행동의 느릿함으로 공격당하는 입장에 숨통을 트여주었었다. 머리를 제거하거나 뇌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 죽지는 않지만, 느릿한 행동으로 인해 도망을 치거나 반격을 하는 입장에서 어느정도 숨을 돌릴 여유는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이 더이상 느린 행동에서 벗어나 미친듯한 질주로 공격한다면 어떨까?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 에서도 느꼈었지만,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좀비들이 던져주는 공포감이란 무시무시하다.
재난 영화적 요소가 던져주는 흥미로운 구조 사실 "새벽의 저주" 는 공포물이라기 보다는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하여 안전한 장소로 도달하기 위해 벌이는 재난 영화적 요소가 강하다. 여러명의 남녀가 의견을 일치하여 힘을 모아서 탈출한다는 구성은 긴장감을 계속하여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탈출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하나하나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거나 전체를 위해 희생을 한다는 모양은 유명한 재난 영화였던 "포세이돈 어드벤처" 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한다. 이런 재난 영화가 갖고 있는 흥미로운 구조는 "새벽의 저주" 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듯 하다.
MTV 세대의 입맛에 맞는 세련된 영상 CF 계에서 유명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덕분이랄까? 화려하고 경쾌한 느낌이 드는 감각적인 화면이 인상적인 "새벽의 저주" 는 세련된 영상덕에 공포감보다는 오히려 액션이 시원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총탄에 터져나가는 좀비들의 머리통이나 전기톱에 싹둑싹둑 썰려나가는 좀비들을 보면서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은 나 뿐이었을까? 공포물임에도 어두운 배경보다는 밝고 화려한 배경위에서 시원스런 액션을 펼쳐보이는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영화가 공포물인지 액션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미친듯이 달려드는 좀비들의 머리를 한방에 시원스레 날려버리는 헤드샷에서는 긴장감과 통쾌함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듯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좀비들이 표현된 "새벽의 저주" 는 분명 흥미로운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