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속편, 확실히 볼거리는 있다..
1995년에 나온 <나쁜 녀석들>은 전형적인 남성 2인조 버디 무비의 전통에 흑인 남성을 접목시켜 마이클 베이 감독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처음 발을 딛게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 2인조가 늘어 놓는 귀가 얼얼할 정도의 재치 있는 입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재미를 주었었다.
8년이 지난 2003년 마이클 베이의 명성은 처음 <나쁜 녀석들>을 만들던 당시와 비교해선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실 8년 전의 마이클 베이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점지한 감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이클 베이는 2007년 현재가지도 여전히 자신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 받지는 못하고 있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아닌 다른 제작자와의 관계에서도 이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아마겟돈>과 <진주만>은 확실히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8년만에 제작된 <나쁜 녀석들 2>는 정치적으로 보자면 제목처럼 꽤 나쁜 영화에 속한다. 마약을 밀거래하는 러시아 마피아를 쿠바 군대가 지켜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도 엉터리지만, 두 형사가 쿠바 민중들이 살고 있는 허름한 판자집을 마구잡이로 박살내며 달리는 장면에선 어처구니 없음이다.(시각적인 즐거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시대착오적인 미국 중심주의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마이클 베이의 다른 영화에 비해선 그나마 괜찮다고는 하지만 나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답게 볼거리는 확실히 있다.(아마도 이게 마이클 베이 영화의 특징이겠지) 숨 쉴 틈 조차 주지 않고 마구 부수고 박살내고 달려나가는 데엔 혀가 내둘러 질 정도다. 마치 부서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듯한 무수한 자동차들과 건물들. 예전엔 영화 홍보의 하나로 '이 영화에서 부서지는 자동차는 총 몇 대일까요?'라는 질문을 내고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숫자를 센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느낌이다.
특히 나흘이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며 찍었다는 해변가 도로에서의 질주씬은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다른 영화들, 예컨데 <매트릭스2>에 비해 더 화끈하고 더 현실적이며, 최근에 개봉한 영화 <뜨거운 녀석들>에서 거의 그대로 베낀 카메라 360도 회전 장면 등은 지금에 와선 평범해 졌을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시각적 쾌감을 주기에 충분한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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