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흔히들 '블럭 버스터'라고 말하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製作所'에도 계시려나? 끄적이는 자가 주로 좋아라하는 영화 장르 역시 소설과 비슷한 SF, 스릴러, 호러, 기타 등등이지만 때로는 그냥 시간과 상관없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여기저기 부서지고, 쓰러지고, 다치고, 망가지는 그런 류의 영화도 보긴한다.
비록 다 보고나서 "에이, 이런게 어딨어.", "퓨~ 역시 이럴 줄 알았어."라고 하지만, 또 찾게되는 것은 끄적이는 자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파괴 본능을 자극시키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그러하지 않을까? 아, 그러고 보니 끄적이는 자는 전쟁영화도 꽤나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머나먼 정글」의 시작부에 나오는 Rolling Stones의 'Paint It Black'을 들어왔고, 여지껏 흥얼댈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또 끄적이는 자의 심리적 기호도가 드러나는건가?
그렇다고 무턱대고 총질하고, 폭발하고, 피 흘리고, 죽이는 그러한 류의 영화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비록 그런 소재로 무장을 할지라도 전반적으로 밑받침에는 오히려 역설적인 인간미가 장막 뒤에서 숨바꼭질하는 그런 영화만 찾아서 보려고 노력한다. 큰 자극만 잔뜩 있는 것은 결국 큰 자극만 있었다라는 사실만 기억에 남지, 나머지 것들은 하루도 채 가지 못한 채 뇌리에서 사라져버리니까...
끄적이는 자는 뛰어난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화를 누구보다 즐겨보는 편도 아니라서 '헐리우드의 영웅주의'라든지 '백인 우월주의'라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은 삼가해주시길 바란다. 미리 백기에 손까지 든 민간인에게 쏘아댈텐가?
서론이 길어진 이번 '安經'에 소개할 작품은 작년에 개봉한 「식스틴 블럭」이다. 주연은 조금 있으면 개봉할 「다이 하드 4.0」의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이고, 감독은 리차드 도너로 감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바이다. '安經' 제목에서도 나왔듯이 이 영화는 부패한 경찰이 나오는 영화로 당연히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가 부패한 경찰인 '잭'으로 나온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매일 술에 찌들어 사는 경찰 '잭'에게는 특별한 사건도 없이 그냥 자리만 지킬 뿐이다. 그러다가 담당자가 교통체증으로 시간에 맞춰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인인데 중요한 증인인 '에디'를 법원까지 호송해야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보호소에서 법원까지는 단지 16 블럭 거리지만, '잭'과 '에디'에게는 생명을 거는 모험으로 멀게만 느껴지는데...
일단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한 영화 대부분이 총질하고 폭발하는 화약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끄적이는 자이기에, 이번에도 제목만 보고서는 테러리스트들이 뉴욕 한 복판 16 블럭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브루스 윌리스가 정의의 편에 선다면 해결사로 등장하고 반대로 악역으로 나온다면 테러리스트 대장으로 나올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영화 도입부부터 "어, 브루스 윌리스 맞아?"라는 질문과 함께 너무나 늙고 지쳐보이는 그를 만나게 되었고,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 자신도 부패한 경찰인데 얼떨결에 부패한 경찰을 고발하는데 증인을 호송하게 되었고, 사건을 줄이려는 것이 시도할 때마다 점점 커지게 되어 급기야 그러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인질을 잡게 되고 SWAT까지 급파되는 상황을 가져오면서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정말 쉽게 끝내려면 끝낼 수 있었던 상황들, '잭'이 죽든지, '에디'가 죽든지, 아니면 둘 다 죽는 상황은 여러 번 등장했었지만 이리저리 교묘하게 풀릴 듯하면서 엉켜버리는 사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말 영화에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장치를 꾸민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나름 이미 익숙한 배경과 악역으로 나오는 인물이 친숙한 점은 끄적이는 자에게 더 작품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혹시 '製作所'에 오신 분들 중에서 현재 시즌 6까지 나온 「The Shield」라는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보신 분이 계시다면 끄적이는 자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시즌 3「House」에서 나오기 시작한 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형사 역을 그대로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는가?
묻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겠지만 끄적이는 자가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은 버스에서 의도 없는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무사히 도망친 '에디'가 다시 '잭'에게 돌아와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이 영화에서 끝에 '에디'가 만든 케?에서 종지부를 꽉 찍어버린다.
흔히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평가할 때 통계적으로 n 수가 부족한 귀납적 추리와 더불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그런 일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럴 것이고, 그러므로 계속 끝까지 그런 사람일 것이다라는 생각은 한 번 들어와서 박혀버리면 좀처럼 떠나보내기 힘들다. 아무리 예측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할지라도 그것은 예외없는 법칙이 없듯이 그냥 예외일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만다. 아무리 그런 전혀 다른 일을 수없이 반복을 할지라도 스스로가 그 편견에서 벗어나고 색안경을 벗지 않는 한 말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나 스스로도 내 마음이 수시 때때로 변하여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데 왜 남은 그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에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이러한 편견을 던져버리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에디'는 흑인이자 가진 것도 없는 범죄자이지만 스스로 계속 더 좋은 쪽으로,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길 원하고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단지 흑인이고 가진 것이 없는 범죄자이기 때문에 또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버리는, 오히려 백인이고 옷 잘 입고, 말 잘 하는 형사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면, 결국 당신은 당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사실을 알고 싶은가? 그럼 일단 당신 눈을 감고 당신을 쳐다보면 원하는 바를 얻게 될 것이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뭐 그럼 그게 사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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