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어제야 겨우 봤네요.
그래도 헐리웃의 블록버스터에 몇 안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인데, 근데 개봉전 화려한 스폿라이트와 지지에도 불구하고 네티즌평들이 별로여서 사실 어느정도 감수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가 제가 알던 황진이하고는 너무나 틀려있고, 또 왠지 다른 영화들과 오버랩되어 [황진이]보다는 차라리 다른 영화로 불리는게 나을 듯 합니다.
황진이하면 서경덕같은 당대의 유림들과 견주어 학문에 빠지지않고 또 유명한 고승을 파계시키며 나름대로 삐뚤어진 남성중심의 세계를 뒤흔들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마치 무슨 투사처럼 나오는군요.
차라리 임꺽정이나 장길산의 첩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계급투쟁의 열성당원이라고 할까?
너무나 왜곡된, 인공된 흐름이기에, 강요된 이데올로기를 보고있어서 좀 불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기에 기존의 황진이에대한 내 마음속 깊은 사랑이 피식하는 김빠지는 맥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구요.
많이 나아진, 그리고 참으로 성숙해진 송혜교씨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상하게 뒤틀어진 스토리에 힘이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마치 주연이 조연으로 재탄생했다고 할까요?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동막골이 생각나더군요. 차라리 그냥 휴먼스토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다 익히 아는 이야기로 진정한 모습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제 결정은 하지원의 [황진이]를 손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영화화되었는지 몰라도 마치 [마타하리]같은 역할로 왜곡된 모습이 별로 기분이 개운치 않네요. 시대를 잘 못 만난 한이라면 서경덕과의 문답에서 더 잘 표현되었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보편적인, 편안하지만 감동적이어야 할 작품이 자극적인 스토리로 변질되어 씁쓰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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