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일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말할 수 있다. 그런 폐쇄된 장소로 제격인 곳이 바로 동굴이다. 이 영화가 특출한 주연배우나 장치도 없이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런 인간 심리의 이면을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다른 동료들과 떨어진 두 여자가 한데 웅크려 서로 의지하고 있다. 멀리서, 길을 잃고 흩어진 동료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렇게 비명을 지르다간 괴물들을 모조리 불러 모으겠어.” 다른 여자가 맞받는다. “대신 우리는 괜찮겠지.” 이런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 영화에서, 동굴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인간의 어두운 심리가 만들어낸 무형의 공간에서 벌어진 것은 아닐까?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끄는 사라의 딸 환영에서 그런 분위기가 드러난다. 그 끔찍한 괴생물체의 존재도 그런 인상을 짙게 한다. 소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 의해, 그런 괴물은 없다고 단정할 사람이 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물론 이 영화가 허구란 사실을 망각한 건 아니다―가상의 이야기, 심리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이 비치지 않는 곳. 사람은 외면이든 내면이든 빛이 어두울수록 야성野性을 드러낸다. 동굴의 기인이 보여준 끔찍한 습성은 빛을 잃어버린 채 대를 이어갈 때 나타날 수 있는 인간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스도나 부처처럼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이의 초상에서 후광이 찬란한 까닭은 그래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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