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수(정두홍)의 주위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녀석들. 이 녀석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서울에서 형사일을 하던 태수는 고향친구인 왕재의 사고소식을 듣고 10여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의 죽음이 왠지 의심스럽다. 모든것은 그대로이고, 그때그 친구들도 그대로인데, 왠지 그때 그녀석들 같지가 않다. 도시는 말도 못하게 발전해 있었으며 사람들 또한 활기차 보이지만 왠지 불길한 느낌은 그의 동물적인 후각을 진하게 자극한다.
절친했던 친구 왕재의 의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던 건 태수뿐만이 아니었다. 왕재를 친형보다도 더 형처럼 따랐던 석환(류승완) 또한 왕재의 죽음뒤에 숨겨진 배후세력을 찾아내기 위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들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는 듯이 짧지만 굵은 경고와 함께. 그럴수록 왕재의 죽음은 더 의심스러워지고, 보일듯 말듯한 거대한 상대는 생각외로 전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도시의 온갖 양아치들은 모두 모인듯, 태수의 앞을 막아선 무리들. 이 영화에서 꽤나 인상깊은 도심 액션장면이다. 하지만, 아무리 날고 긴다는 태수라도 쪽수에서 워낙에 뒤지니 힘에 부친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석환의 목소리. "야, 이시키들아. 니들은 집에 삼촌도 읍냐?"
" 강한 놈이 오래 가는게 아니라, 오랜 가는 놈이 강한 거드라."
태수와 석환이 걱정했던 일은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정말 절친한 단짝처럼 어울리고 한가닥 했던 그들. 하지만 1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그들의 고향은 과거 그들의 고향이 아니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도시와 함께 몰라보게 변해버린 인간들. 온갖 음모와 복수, 배신이 난무하는 추악한 곳으로 타락해버린 것이다. 치명적인 린치를 당하는 태수와 끔찍한 사고를 당하는 석환. 이제 두 사람은 홀연히 일어선다. 피로 얼룩진 그들 고향의 평화를 위해서. 때마침 녀석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단다. 니들이 죽나, 우리가 죽나 한번 해보는거야. 억울하게 죽은 왕재를 위해서라도.
" 형님, 이제 전쟁이여유~"
" 그냐? 근데 우짜냐. 내가 오늘 무쟈게 바뻐부린데~"
"괜찮어요~ 우린 때와 장소를 안기리니께..."
이 영화 [짝패]는 언제부터인가 황금콤비로 한국 액션영화를 계보를 잇고 있는 류승완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함께 주연을 맡은 소위 날액션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 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하기 전에 정두홍감독하면 당연히 어느정도 믿음이 갔지만 솔직히 류승완 감독이 액션을 펼친다고 하는 점에는 의문부호가 없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동안 류감독이 그가 만들어온 영화에 간간히 출연을 해왔고 액션장면도 펼친적이 있지만, 그의 파트너가 정두홍감독이라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도 담겨있었다. 쉽게 말하면 정감독의 화려한 액션에 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영화를 보면서도 정감독의 액션보다는 류승완의 액션에 시선을 고정해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으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느낌은 참 이 감독 그냥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중에 성룡액션과 외화 킬빌을 유난히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약간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기는 한다. 마지막 요정에서의 혈투장면등은 당연히 킬빌을 연상케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킬빌은 생전 처음보는 참신한 영화인가? 킬빌 또한 여러 영화들의 인상깊은 장면들이 연상되는 영화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필자는 킬빌보다 이 영화 짝패의 액션이 더욱 실감나고 리얼했다는 느낌이다. 왠지 투박하고 거칠어보이는 액션이긴 하지만 땀 한방울, 거친 숨소리까지 실감나게 느껴지는 영화속 장면들은 주인공들의 무모해 보이는 싸움속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숨쉬고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잔인한 면은 킬빌이 훨씬 앞서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영화가 실감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킬빌을 깍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킬빌 또한 필자도 참 독특하면서 재미있게 본 영화이지만 이 영화 짝패를 굳이 킬빌과 비교해가면서 깍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리라. 물론 이 영화 짝패 역시 아주 새로운 액션영화는 아니다. 중요한건 어느장면, 어느장면이 어디서 본듯하다고 따질것이 아니고 얼마나 영화속 액션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이 영화 짝패는 적어도 그러한 점에선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유독 고집스럽게 액션영화쪽만 고집해오고 있는 류승완 감독과 왠만한 한국 액션영화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가는 정두홍감독. 두 사람의 만남 자체로도 충분히 흥분이 되는 영화였으며, 실제로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생각외의(류승완의 경우) 화려한 몸놀림은 영화의 줄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속시원한 감상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하면 바로 이범수인데, 필자는 이범수하면 왠지 이문식이라는 배우가 자꾸 생각이 난다. 선하게 생긴것 같은데, 은근히 악역이 잘 어울리고, 악역을 맡을 때 더욱 배우로서의 진가가 드러나는 배우인듯 하다. 당연히 이범수의 영화속 캐릭터는 이 영화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두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되어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한 기우를 이범수라는 배우의 존재로 인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로 기억되게 한다. 보는 분들에 따라서 류승완의 액션영화가 과거 [죽거나 혹시 나쁘거나]보다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필자가 느끼기엔 점점 더 세련되고 발전해 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정두홍이라는 절대적인 인물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두 사람이 또 어떤 액션영화를 들고 우리앞에 나올지 무척이나 그 후속작이 기대가 된다. 거짓액션은 가라. 불의에 홀연히 일어선 두 주인공의 오리지날 날액션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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