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23 용산CGV 9:00 혼자
극장을 나오며 나는 타임리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시간을 통과하여 리프 된 직후 나타나는 방법은 좀 바꾸든지 해야겠는데. 매번 마코토처럼 떼굴떼굴 구르며 나타났다가 안 그래도 맨날 골골대는 몸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
음..나는 마코토 삼총사가 갔던 노래방 같은 실내라면 방의 사각의 꼭지점이 생기는 4개의 구석 중 한 곳에서 웅크리며 나타났다가 몸을 쭈욱 펴고 싶다. 마코토가 노래방 시간이 5분 남았을 때마다 리프하여 문을 뚫고 맹렬하게 떼굴떼굴 굴러 등장 할 때마다 폭소를 터트리긴 했지만 그건 좀 과격해서. 그건 바보 마코토에게나 어울리는 방식이지. 그러고보니 은근히 여자애들한테 인기 있을 타입인 치아키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타임리프라는 건, 아오이 소라, 푸른 하늘을 밟으며 하늘을 달리는 기분일 거다. 나 같은 새가슴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며 해 볼 생각도 안 하는 거 아냐? 실제로 마코토가 열매같이 생긴 리프장치와 접속했을 때 펼쳐졌던 빛의 무리와 거대한 물과 빠르게 흐르는 하늘 같은 것들이 나는 무서웠으니까. 나는 그런 게 무섭다. 바다같이 많은 물이 모여 있는 거라든지, 폭포라든지, 구름이 빠르게 흐르는 거라든지, 우주의 진공상태 같은 것들. 아마도 타임리프라는 것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치아키가 타임리프장치를 분실하고 혹시나 악용되면 어떡하나 잠을 설친 것처럼(다행히 바보 마코토에게 발견되었다). 마코토의 마녀 이모가 오래 생각하고 오랜 기다림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약속시간이 지났을 때 기다리지 않고 상대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마코토인 것처럼.
하지만 각자의 성향이 어떻든 타임리프를 어디에 쓰고 싶은 지는 다들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영원히 계속 됐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과 영원히 눈을 찔끔 감고 외면하고 싶은 불행한 순간. 지속되고 싶은 시간과 소멸하고 싶은 시간. 지속과 소멸은 시간이 가지는 동전의 양면, 지킬박사와 하이드, 낮과 밤, 남자와 여자다.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시간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탄생과 소멸을 귀결로 운행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순환이나 시간성같이 불변의 진리가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마코토의 마녀 이모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시간을 마음대로 뛰어 넘어 원하는 것을 이룰 때,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 불행해지지 않을까?” 맞는 말이었다. 마코토가 제멋대로 타임리프를 하는 동안, 주위의 모든 상황이 뒤죽박죽되기 시작했으니까. 과연 마코토는 소중한 것을 잃지 않고 자신의 진짜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점점 진화하는 것 같다. 예전의 일본색 짙은 애니들에서 이 영화는 조금 그 색을 덜어냈다. 그만큼 보편성은 더욱 살아났다. 모든 창작물들에 있어서 공감과 소통은 우선으로 지켜내야 할 아름다운 덕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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