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얼굴에 언뜻보이는 짙은 허무감 깊은 강렬한 검은 눈동자, 이미 여러번 빤듯한 헐렁하고 목선이 깊게 파진 검은 티셔츠, 처음본 사람도 서늘한 느낌에 고개를 돌릴 것 같은 목에 그어진 날카로운 상처자국이 아로새겨진 한 깡패가 어느날 화사한 초여름의 햇살마저 눈부실 것 같은 한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에게 억지로 키스를 하면서 이 영화는 시작된다..
남자는 처음본 여자에게 받은 강렬한 인상을 모욕이라 치부하고 스스로의 자존심을 달래기 위해 그녀를 창녀로 만든다.. 그러나 남자의 시선은 허름한 철제난간을 너머 정욕으로 빨갛게 물든 창속에 비친 여자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거울을 통해 여자의 방을 볼수 있는 밀실에 몰래 숨어들어 그 여자의 겪는 끔찍한 고통을 응시하면서 자신도 바닥없는 절망속에 침몰해간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남자주인공의 표정없는 시선이다. 마치 타인의 감동없는 인생역정을 보듯이 여자가 첫남자를 받아들이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검게 응시하거나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짙게 빨알간 립스틱을 바르며 슬퍼하는 여자를 무심하게 바라다본다..
하지만 재미있게 감독은 그렇다고 남자주인공에게 감정을 배제시키지는 않았다..
그녀가 받아들인 첫남자를 골목으로 끌고가 패거나 여자가 기댄 거울반대편에서 그녀를 위로하듯 살며시 키스한 것은 남자주인공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스스로의 절대적인 진실이니 것이다..
"나쁜남자"는 낭만적인 로맨스로 가득한 영화다.. 사랑에 굶주리지만 그것을 치욕으로 치부한 남자의 집념은 결국 그녀를 창녀로 만들지만 그 생활까지 껴안고 괴로움에 술을 들인키것은 바로 그 "나쁜남자" 인것이다..
또한 영상속에 깃들인 감독의 독특한 느낌은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회회적 요소로 가득하고 가끔씩 상징적 표현으로 가득한 영상은 감독이 갖는 독특한 감성을 특이한 방법으로 표출시키다.
처음에 나쁜 남자가 여자에게 받은 치욕을 끌어안고 허름한 철제 콘테이너에 들어온순간 보인 미닫이 창문에서 한쪽은 올바른 밖의 형상을 투영하지만 다른 한쪽은 뿌연 물방울때문에 일그러진 형상을 투영하는데 "나쁜남자"는 과감하게 그 창문을 깨버린다. 마치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깨부스듯이..
또한 상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채 흔들리던 여자가 몰래 들어온 "나쁜남자"에게 토한 것은 은연중에 여자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고 바닷가에 버려진 찢겨진 사진의 얼굴이 거울을 매개로 남자와 여자로 표현된 부분은 관객의 혀를 두루게 한다..
더우기 마지막 장면은 낭만적이고 도발적이고 무제절한 사랑의 끝을 치밀한 현실적인 그렇고 그런 사랑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영화내내 비현실적인 요소로 가득한 낭만적인 메세지를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조재현"의 그 말없는 침묵과 신들인 연기는 깊은 슬픔과 고통으로 돌변하여 이미 불꺼진 극장을 떠나는 관객에게 찰싹 달라붙어 떠날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