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가면 제일 높은 곳에 (높아봤자 남산의 1/3밖에 안 되지만 파리에서 가장 높은 곳) 사크레 쾨르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성심 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성당 정면의 좌우에 기마상이 하나씩 있는데, 오른쪽 기마상의 기사는 칼을 높이 들고 있고, 왼쪽 기마상의 기사는 칼을 내리고 있다. 칼을 들고 있는 기마상의 주인공이 잔 다르크이며, 칼을 들고 있는 것은 계속해서 전쟁을 할 것을 주장하는 의미라고 한다. 잔 다르크가 역사적으로 분명히 호전적인 주전론자였음은 확실한 듯 싶다.
영화적으로 잔 다르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대략 18편에 달한다고 한다. 그 만큼 잔 다르크는 어쩌면 영화가 사랑한 성녀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각각의 영화가 그리고 있는 잔 다르크는 어느 영화에서는 페미니즘의 전사로, 어떤 영화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감당하지 못하는 틴 에이저로, 또 어떤 영화에서는 성녀 내지는 순교자로 그려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뤽 베송이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를 내세워 제작한 잔 다르크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인물의 성격을 떠나 프랑스 감독이 만든 프랑스의 영웅 잔 다르크를 그린 영화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것은 일단 이 영화의 잔 다르크는 단지 프랑스의 역사적 인물로서보다는 무국적 내지는 초국적 흥행을 위한 역사적 책무(?)를 떠 안았음을 의미하며, 밀라 요보비치의 중성적 매력은 확실히 이런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음을 말해준다. 결국 뤽 베송의 잔 다르크는 흥행을 위한 전사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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