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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없을 것 같다 베를린 천사의 시
redface98 2007-06-18 오후 9:00:05 1073   [1]



뜨거운 햇볕에 금방이라도 무릎 꿇고 싶은 오늘,

 

나는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다시 보았다.

 

좋지 않은 화질로 봤던 예전의 천사도

 

선명한 디지털 화질로 본 오늘의 천사도

 

베를린의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두터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 마음속 이야기가 강물이 되어 구불구불 흘렀다.

 

천사는 그 물줄기를 보고 듣고 기록하고 때로는 물길을 바꾸는 일을 했다.

 

천사들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몸짓으로

 

여기저기서 이 사람 저 사람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거나

 

범람하고 휘몰아치는 물줄기에 머리가 뜨거워진 사람들에게

 

자신의 머리를 가만히 갖다대는 모습은

 

영화 밖 나에게도 평온한 감동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렇게 머리를 맞대고

 

천사도 인간도 서로를 위로하는 거라고.

 

천사도 인간이 되고 싶어하고

 

인간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자살을 막지 못하자 화를 내었고.

 

영원불변의 천사의 눈에는 영화처럼 세상이 흑백일까.

 

항상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세상은 저렇게도 선명한 컬러일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를 이야기하고 새들이 날아가고

 

끊임없이 사유하는 사람들과 고여있거나 흐르는 물이 있고

 

서커스에서 줄 타는 여자가 그리는 몸의 곡선과

 

베를린의 겨울처럼 어둑하고 무거운 락밴드가 노래를 부르는

 

영화는, 어떤 세계로도 열린 통로같았다.

 

서정적이지만 본질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영상이 130분여 동안

 

노래처럼, 그림처럼, 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평온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고 나를 끌어다 안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는 다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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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1987, Der Himmel uber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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