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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바라 본 청춘의 굴곡!"
어머니, 여동생과 셋이 오붓하게 살고 있는 17살의 고등학생 슈이치(秀一,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어머니와 결혼했다 이혼한 남자가 집으로 들이닥치면서 이들의 행복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다.
법으로는 해결이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슈이치는 가족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완전범죄를 꿈꾸기 시작하는데...
<푸른 불꽃(靑の炎)>은 키시 유스케(貴志祐介)의 미스테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우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 소년이 자기 방에서 나와 쇼난(湘南)의 길을 질주하는 롱테이크 장면은 관객들의 장면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2년 만에 극영화를 감독한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にな川幸雄)가 연극에서 기른 연출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범죄들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의 잔인한 범죄들인데 슈이치의 범죄는 일반적인 충동적이고 쾌락적인 범죄와 달리 여동생과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애처로운 동기가 발단이다.
그런 슈이치의 모습을 니나가와 감독의 카메라는 조용하지만 냉정하게, 그리고 조용히 지켜본다. 청춘의 굴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마음이 든든해지는 영화다.
또 한가지, 주인공 소년 역을 맡은 니노미야 카즈나리(二宮和也)를 비롯해 여자친구 역의 마츠우라 아야(松浦亞彌), 여동생 역의 스즈키 안(鈴木杏) 모두 쟁쟁한 아이돌 스타다. TV 브라운관을 통해 씩씩, 발랄, 상큼함으로만 대표되던 이들은 마음의 상처로 안절부절 못하는 청춘 군상을 제법 그럴듯하게 그려냈다.
특히 홀로 세상과 싸우는 소년의 슬픔을
보여준 니노미야의 연기는 인상에 남는다.
아이돌에게서도 충분한 연기력을 끌어내는 니노가와 감독의 재능에 존경을 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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