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절 살인에 관한 소설만 읽던 후임병 녀석이 휴가 갔다와서는 들고와서 시도때도없이 붙잡고 보던 책이었다.
당시 필자는 <향수>라는 책 제목을 보고 '고향에 관한 뭐 그런건가...'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 향수가 그 향수가 아니었다. 향수랑 살인이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
관심이 없던 책이라 후임녀석에게 소설 내용도 안물어보고 살인자에 관한 이야기라길래
얼렁 접어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자면 선천적 개코인 그루누이가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를 영원토록 간직하고 싶어서
여인네들은 하나둘씩 살해해가며 그 채취를 모은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변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갖고 싶어한다. 후각이 유독 발달한 그루누이의 아름다움은 바로 '향기'다.
어려서부터 많은 향기를 맡아왔고, 향기는 곧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 향기에 대한 무서운 집착이 그런
정상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집착의 무서움은 바로 그 집착이 행동으로 나타날때 나오는 것이다.
그가 사람의 채취를 향수로 만들기 위해 한 실험들은 가히 엽기적이다.
필자는 소설책을 보지않아 모르겠지만 영화는 소설에 상당히 충실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략은 있어도 각색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보려거든 소설을 안보고 보는 편이 좋을 수 있겠다. 마지막의 충격 반전과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영화에선 좀 처럼 보기힘든 충격 영상까지 있으니 말이다. 소설을 봤다면 이 부분은 상상이 될 듯하다. 다만 그 부분을
어떻게 영상화 했냐는 것이 궁금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의 내용에 필자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
영화는 나래이션으로 이해를 돕는데, 적절한 나래이션으로 영화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두시간이 훨씬 넘는 런타임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또 아무래도 '벤 위쇼'라는 배우의 호연도 그에 한몫한다. 담담하고 진지하게
살인에 임하는 자세하며, 냉혈한의 모습과 상당히 침착하지만 번뇌에 쌓여있는 듯한 표정이 좋다. 올란도 블룸이 그루누이역의
확실한 후보로 거론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밀어내고 감독은 벤 위쇼를 택했다. 만약 올란도 블룸이 이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면 왠지 별로일듯 보인다.
필자가 소설을 봤으면 좀 더 깊이있는 리뷰가 될 듯한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책만큼은 한번 본건 다시 안보기 때문에
(안본다기 보단 못본다고 해야하나...)책을 잘 구입하지 않고, 누구 보면 뺏어읽기 떄문에...더더 군다나 소설책은
더 잘 안보기 때문에... 뭐 여튼, 이 영화는 거의 소설의 내용그대로 만들었다고들 하기 떄문에 소설을 읽은 사람은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을 실제로 보는 기대감으로 보면 좋을 듯 하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은
영화를 본 후 소설을 보지 않길 권한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드는 기대감이 덜 할테니까 말이다.
향수라는 아름다운 향기와 어울리게 영상에도 그런 부분이 보인다. 영상 전체적인 옐로우톤과 어두움을 보여줄 때의
전체적인 색상은 영화의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여인네의 등장엔 또 샤방샤방한 영상으로
연출해주고,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영화의 결말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를 듯하다. 이해가 안되기도 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는거 같기도 한데 약간 난해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해석의 충돌이라기 보단 서로 다른 해석의 융합이 될 듯하다.
어느쪽으로 해석을 해도 이해가 되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라고 해서 절대!! 스릴러가 아니다.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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