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서 아파트로 짐이 운반된다. 이사를 하는 것은 어머니 케이코(けい子, 유)와 아키라(明, 야기라 유야), 쿄코(京子, 기타우라 아유), 시게루(茂, 기무라 히에이), 유키(ゆき, 시미즈 모모코)의 네 자녀였다. 하지만 집주인에게는 아버지가 해외 근무 중이어서 어머니와 아들 둘이서 산다고 거짓말을 했다. 여자 혼자서 아이 4명을 키운다고 하면 전처럼 쫓겨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 날 밤 식탁에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는 것과 "베란다나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새로운 규칙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모두 다르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다. 그래도 엄마가 백화점에서 일하고 장남 아키라가 엄마 대신 가사일을 돌보며 이들은 그 나름대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아키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한다. 만약 결혼하게 되면 더 큰 집에서 함께 살 수 있고 학교에도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엄마는 갑자기 각자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즐거워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잠에서 깬 아이들도 조금씩 엄마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엄마의 모습을 어디에도 없다. 대신 현금 20만 엔과 함께 "엄마는 당분간 없을 거야. 쿄코, 시게루, 유키를 잘 부탁한다"고 적은 메모만이 아키라에게 남아 있다. 한 달 뒤, 엄마가 돌아오자 유키와 시게루는 뛸듯이 좋아하지만 엄마는 집을 챙겨 또다시 나가버린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돌아온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마침내 계절이 바뀌어 봄이 찾아왔다. 엄마가 돈을 붙여주지 않게 되자 생활을 더욱 열악해진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을 때에는 수도도, 전기도 끊긴 상태.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 4명 만의 '표류 생활'이 시작되는데 어느 날, 물을 길어오기 위해 공원에 다니던 아키라와 동생들은 교복 차림의 사키(紗希, 한영혜)라는 소녀와 어울려 놀게 되는데...
작 품 소 개
<원더풀라이프(ワンダフルライフ, 1998)> <디스턴스(ディスタンス, 2001)>의 코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이 1988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한 인간 드라마. 어머니가 버리고 간 4명의 아이들이 어른들 몰래 남매들끼리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2004년 제5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어 장남을 연기한 야기라 유야(柳樂優彌)가 일본인 최초로, 또 칸영화제 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되었다.
소년은 하염없이 밤거리를 뛰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길에 다다랐을때 걸음을 멈췄다. 힘이 들었는지 거친 숨을 내쉰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겠지.. 하지만 어디 그것뿐이랴. 자기와 동생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생각나서, 힘없이 쓰러져 있는 동생들이 가여워서, 또래처럼 학교에 가고 싶어서, 유일한 친구가 원조교제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아무도 그들을 모른다는게 억울해서.
이 영화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악당영화다. 처음엔 귀여운 아이들이 마주한 끔찍한 시간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게 아니다. 영화의 모퉁이 어딘가에 숨어있던 나의 모습이 자꾸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살면서 받은 만큼 타인에게 되돌려줬던 상처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소비한 시간과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던 기회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악당영화는 참 이상하다. 엉엉울어도 모자랄꼬마들이 눈물 한 방울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데, 숨어있던 악당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등장하니 말이다. 이영화를 보면 볼 수록 멈추지 않는 눈물은, 숨을 곳을 찾지 못해 기어이 속죄를 해야 했던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아무도 모른다의 마지막, 우리는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있는 네 아이를 보게 된다 .그 중 세아이의 키는 언제부터 꼭 같아진 것일까? 이제 막내가 된 꼬마는 세상을 알게된 후 훌쩍 커 보이는 누나 둘과 형을 올려다본다. 아직도 장난꾸러기인 꼬마와 조용히 서 있는 세아이. 누나와 형이 뒤돌아보지 않고 길을 걸어갈때, 우리를 향해 마지막 웃음을 보여준 사람은 유일하게 자라지않은 그 개구쟁이 꼬마일 뿐이다. 그게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꼬마가 언제까지나 자라지 않길 바랄 순 없다.
그러니 혹시 길을 가다 분홍색 트렁크를 본다면, 그 속에 잃어버린 당신의 마음이 있을까, 다시 한 번 더 살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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