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 황진이의 가장 큰 버팀목이자 튼튼한 연기를 보여주신 류승룡씨에게 박수를
6월 6일 기대하던 황진이를 보았습니다. 근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요? 아님 황진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까요?
아니면 너무 과한 홍보에 반감을 느껴서 일까요? 아니면 이제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왠만한 영화는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콧대가 높아져서 그런걸까요? 아님 영화 자체가 아니였기 때문일까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래도 250만 정도의 관객을 예측했었는데 보고 난 지금은 관객수도 관객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만족을 할지가 더 궁금한 작품입니다.
물론 좋은 점도 찾을래면 찾을수 있는 작품이지만 과연 순 제작비 70억 이상 총 제작비 100억이 들고
4년여 동안 잡고 있었던 작품 치고는 너무 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영화의 좋은 점이라고 하면 송혜교는 너무나 이뻣다. 드라마에서도 청초하고 아름다운 송혜교는 큰 스크린
에서는 더욱더 그 아름다움을 발휘합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고 깔끔한 외모의 그녀를 즐기실 분은
극장으로 거침없이 가셔도 후회가 없으실듯 싶습니다. 텔레비젼에서 보는 얼굴 보다는 아무래도 스크린에서
보는 외모가 훨씬 더 크고 화려할테니까요..
그리고 영화의 배경도 쾌 좋았습니다. 금강산의 풍경도 그리 길진 않았지만 인상 깊었고 돈 주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만끽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황진이에 대한 기대치와 관람료를 다 지불하기엔 영화는 좀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이 왜 꼭 반드시 황진이여야 했을까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놈이의 로맨스나 제목을 놈이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영화는 21세기 처럼 살다간 여인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주체적이고
똑똑하고 당당한 황진이는 없고 오로지 놈이의 황진이만 있는듯 했습니다. 그래도 영화의 타이틀이 황진이
인데 놈이는 조연인데 그렇다 하기에는 놈이의 비중도 너무 크고 황진이라는 인물도 지나치게 놈이에게
따라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진취적이고 21세기 형의 여인 황진이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감을 줄수
있다고 봅니다.
황진이가 놈이를 사랑한것이 영화가 로맨스 적으로 흐른것이 나쁘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타이틀이 황진이라면 그래도 황진이 중심으로 간다는 느낌을 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시종일관 놈이를 따라 움직이는 황진이 홍보에 보이던 21세기의 당당한 여인 같지 않았습니다.
그냥 놈이를 사랑한 한 여인일 뿐이지요.
그리고 놈이의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드라마 다모에서 본듯 하기도 하고 또 어딘가에서 본것이 임꺽정
같기도 한것이 캐릭터의 개성이 별로 없고 따라서 그의 캐릭터가 주는 재미도 없습니다.
또한 유지태씨는 키가 너무 너무 크셔서 사극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열심히 하신 공로에는 박수를 보내지만요..
전반부 1시간 까지는 그래도 무난하게 괜찮았는데 그 뒤로는 엉덩이가 아플만큼 너무나 찬찬히 흘러가는
지루한 스토리도 힘을 빼는듯 싶습니다.
그냥 지루하다는 공격적인 말을 하기는 열심히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요즘 같이 더운 날 별로 큰 높낮이도 없이 그냥 쭉 흘러가는 로맨스를 게다가 동작이나 화면도 조금씩
느려서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듯한 기분도 들었으니까요...
캐리비안의 해적. 스파이더맨 부터 시작해서 황진이까지 비싼 돈 들이고 상영시간도 빵빵한 이런 영화들에게서
지루함을 느낀다는 건 슬픈일입니다만 왜 대작이라는 작품 속의 이야기나 전개를 너무 평이하게 만들어놓았
는지 아쉽습니다.
사람들은 대작이라는 타이틀 보다는 영화 안의 이야기들을 더 보고 싶어할테니까요...
그래도 영화의 단연 압권을 찾으라면 악역으로 나왔던 류승룡씨의 존재감입니다. 비록 그는 조연이고
송혜교 같은 톱스타도 그리고 유지태만큼 키가 크지도 않지만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감 그리고 비중감
이상을 하며 지루하고 겉도는 영화의 이야기들 속에서 제대로 카리스마를 발산해 냅니다.
계룩한 계보에서 순탄이 역을 할때 부터 이 배우의 가능성은 충분히 알아봤지만 영화 황진이를 통해서
다시 한번 더 입증이 된 셈이죠.
드라마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남자들도 많이 나오던데 영화에서는 너무 순정적이고 너무 조용하다
라는 비교는 좀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아는 황진이와는 다른 황진이
그리고 드라마와는 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누차 강조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영화로 만들려면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짜임새 있고 좀 더
호감이 가도록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사람들이 아는 것과 비슷하게 가는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래도 드라마와 똑같은걸 뭐하러 영화로 만들었냐라고 하는 분이 계실수도 있었겠지만요...
영화 황진이 대대적인 홍보. 톱스타 송혜교 , 성수기인 개봉시기 , 약 400여개 정도되는 어마어마한 배급망
모든것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시작했지만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호응도를 얻어낼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여백을 미를 보여주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140여분의 기나긴 스토리에도 뚝뚝 끊기는 듯한 편집
그리고 한복이나 의상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아름답고 우아할수 있겠찌만 대부분 영화의
느낌처럼 가려고 그랬는지 알록 달록 이쁘장한 맛 보다는 어둡고 검은색 위주라 그것또한 전 좀 칙칙하고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차분한 이미지 때문인지는 알겠찌만 그래도 황진이는 양반집 출신이라도
양반집 마나님이 아니라 기생이라는 위치로 영화 속에 서 있는건데 기생의 옷차림 치고는 너무 심하게
차분하고 어두워서 그것또한 보는 재미가 별로 없었어요.
계속 되는 한국영화의 침체기에 아쉬운점이 많습니다만 과연 황진이가 그런 한국영화 시장을 구원해줄수
있을지 송혜교가 두번째 작품에서 인정받을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중박이상은 하겠지만 돈을 들인만큼 홍보한 만큼 그리고 기획한만큼 결실을 거둘 꺼라는 생각은
솔직히 안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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