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의 삶을 조명한 영화 황진이는 작년에 선을 보였던
황진이와는 다른 조명의 각도로 황진이를 비추고 있다.
이북 작가인 황석중의 소설 <황진이> 에 기반하여 탄생된
황진이의 출생지인 북한의 개성, 그 당시의 송도를 중심으로
하여 황진이의 삶 그 자체와 기생에 대한 다른 시각 밀도,
그리고 황석중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자 황진이의 일편
단심 사랑을 일구어내게 만든 사람 '놈이' 를 등장시켜
새로운 사극영화의 느낌을 만들어 낸 것 만은 확실하다.
장윤현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황진이의 삶을 인간적으로
조금 디테일하게 조명하고자 했다는 것은 영화 초반부에
잘 드러난다. 황진이의 생부인 황진사의 색마적인 숫컷의
탐욕으로 희생된 몸종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부터
본격적인 황진이의 삶이 조명되기 시작된다. 새롭게 황진이로
서 두번째 영화의 메인 캐스팅된 송혜교라는 배우와 놈이역의
유지태라는 배우만으로도 관심을 끌만한 네임 브랜드의 가치가
있었던 영화로서 다양한 시각적 관점으로 영화가 평가되어버린
시점에서 접한 황진이를 사심없이 보기란 쉽지가 않았다. 분명
장윤현 감독이 조명하고자 했다는 황진이의 인간적인 묘사와
시,서, 화에 능하며 양반을 우롱하며 기개높고 고고한 학과
같은 절개를 지닌 황진이의 모습이 녹아드는 '기생' 이라는
신분에 대한 명백한 끈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16세기 청교방에 자진해서 들어가 기생의
신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역적의 자식이자 노비로서
황진이의 곁에 지내왔던 놈이의 이야기와 돌아오는 이야기,
그리고 황진이의 어머니이자 몸종이었던 여인의 죽음과
줄무지장의 사연으로 황진이의 가시밭길로 들어셔야 되는
운명을 안고 기생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놈이에게 자신의
정조를 바치고 기둥서방으로서 자신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 속에 황진이를 짝사랑하는 상사병걸린 남자의 일화도
살짝 곁들여지지만 그 전까지 황진이의 일면을 짐작할수
있는 모습은 아무것도 조명되어 있지 않다. 황진의 삶을
조명하고자 했다면 황진이의 성장과정에 있었을 일화의 연결점을
넣지 않고서 역사적인 사실로 알려진 부분과 픽션을 가미한채
뒤흔들어 버린 영상에서 공감점을 찾기란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놈이의 존재이다.
영화 처음부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등장한 놈이는 마치
황진이라는 영화가 놈이라는 인물의 조명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비중이 높다. 물론 그 정도로 비중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수는 있지만 황진이의 등장빈도와
맞먹을 정도로 강렬하고 중심적으로 조명됨으로써 황진이가
어떤 영화인지 잠시혼란을 느낄정도로 초점을 흔들어 준다.
황진이가 기생으로서의 삶을 보일때도 벽계수의 일화와
화담 서경덕 선생과의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놈이의 비중은
거의 중심이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황진이의 삶의 기구함과 그 속에서 황진이가 느끼는 희노애락,
그리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과 무언가 황진이라는 인물을 조명
한다고 느끼게 해주는 영상적인 흐름은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
새로운 황진이를 조명하는 영화이면서도 결코 중심적인 것이
부상이 되지 않는다. 오직 영화 황진이에서 볼수 있는 중심은
황진이라는 기생의 삶속에서 깊숙하게 조명된 것은 오직 놈이
와의 '사랑' 이다. 애절하게 조명된 놈이와의 사랑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남기며
' 제 남은 여생을 담은 마음의 잔입니다.'
라는 식으로 술을 따르는 장면속에서 영화관의 몇몇분들을
눈물을 글썽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만큼 황진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놈이는 소설이
만들어낸 픽션의 인물이다. 황진이의 사랑만을 담아낸다고
한다면 '황진이' 라는 제목보다 '황진이의 사랑', '명월의 사랑'
등 다른 제목의 선택이 더 설득력있었다고 생각되는 대목이었다.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황진이라는 인물을 조명했다고
설명되었던 영화가 전체적인 황진이를 보기 보다는 황진이의
픽션으로 가공된 사랑을 조명한 것이라면 이건 잘못된 화살표를
그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또로 부임한
희열(류승룡)에게 송도삼절이라 불리게 되는 세가지를 읆는
황진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황진이가 세상을 자신의 치마폭아래
놓고 살겠다는 삶의 일화적인 픽션이 한가지라도 보여졌으면
했던 아쉬움은 결국 아쉬움으로 끝나고 말았다. 분명 황진이로서
의 삶을 조명한 영화였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충족시켜
줄수 없었던 부분속에 만족할수 있었던 것은 그속에서 그래도
픽션이라 하더라도 인간적인 황진이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송혜교와 유지태의 연기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미 영화속에서의 흐름은 그 한계선을 정해 버린 듯했다.
박연폭포의 절경, 그리고 화담 서경덕의 절개와 기강, 명월
황진이의 절색의 '송도삼절' 을 논하던 그 황진이를 앞으로
다른 느낌으로 조명할수 있는 영화가 선보여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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