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첫 키스만 50번째라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곡의 이름이다.
얼마 전 우연히 다시 듣게 됐다.
자신의 기억을 단 하루밖에 지속시킬 수 없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얼마나 비현실적이신지...
난 사랑에 대한 오해를 만드는 이런 류의 동화적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판타지 공장에서 생산된 헐리우드산 판타지는 달라도 뭔가 좀 다르다.
뻔뻔한 건지, 현실감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뻥을 쳐도 제대로 쳐주시기 때문이다.
휴머니즘과 가족 그리고 사랑이라는 너무 인간적인, 그래서 비인간적인 가치들이
예쁜 옷을 차려입고 파티장에 나온 어린 소녀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애써 진지한 척, 고민한 척, 뭔가 깊이있는 척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산업의 프로페셔널리즘은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김기덕류의 작가적 프로페셔널리즘의 대척점이려나...?
어쨋든, 이 곡은 판타지로 포장된 영화라는 상품에 달린 멋드러진 리본 장식 쯤 될 듯하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더하기 What a Wonderful World.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원더랜드가 있을 거라는 뭐 그런 의미일 테다.
어제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적어도 푸른 바다를 질주하는 원더랜드행 요트에 타고 있다는 것.
삶의 마디마디는 분명 고통스럽겠지만
고통없는 행복을 꿈꾸는 것은 분명 백치적이겠지만
뭐 어떤가.
중요한 건 그래도 꿈꾼다는 것 아니겠나.
꿈꾼다는 것 만큼 순수하게 아름다운 건 없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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