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숨"작품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일관된 관객 조롱으로 다소 비웃음도 동반된다.
전작이자 그동안의 비난을 일거에 소거시킨 "빈집"의 기본 얼개를 빌려와
(그래봐야 부르조아 부부의 애정결핌을 대단한 관계 갈등으로 치환한 것 뿐이지만.)
한국인들만 느낄 수 있는 코메디적인 전작 봄-여름-가을 그리고 단절과 복귀로서의 겨울을 지나서
너희는 원래 여기까지다 아니 그 쯤이 어울린다라는 관객 조롱을
들숨-날숨의 모호한 개념짓기를 빗대어 한숨-목숨의 놀이로 이끌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김기덕을 외면한 일반 관객과 페미니즘 진영,
국내 상업 영화와 미국 대박영화들을 빗대고 있으며 이를 읽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국내에는 아직 설비되지도 않은 교도소 시설을
낡은 서대문 형무소 내로 모순적으로 중첩하면서 직접 보안과장이라는 직책으로 나타나
카메라 이동과 확대를 통해 관객들이 그간 점유했던 위치의 쾌락성을 비판한다.
그간의 작품에 비해 세심해지지 못한 은유는 아무래도 이 작품이 의도하는 주제의 한계에서
이미 예측될 부분이긴 하지만, 몇몇 초라한 소재 차용은 쓴웃음을 더욱 진하게 한다.
( 부르조아 예술가 남편의 차는 외제 JEEP이며, 자동차 번호판은 수미 순환적이며,
여배우는 봄-여름-가을의 한국 대중가요를 부르다가, 겨울에 와서는 노래를 생략하고
남편과 같이 따뜻한 차 안에서 외국 번안가요를 합창한다.
이들 부부가 부르조아적 결합의 필수적인 요소라 출현하는 딸조차 선정적인 춤을 몰래 흉내내기에 바쁘다)
잘라 말하면, 영화는 한 부르조아 예술가인척 하는 여성(그는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다)이
남편의 외도와 자신의 고독을 이기지 못해 순간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남성(결코 자살의 성공이 없을)을
유혹함으서 다시 가정의 복원으로 돌아오게 되는 짧은 여정을 그린 영화이니,
이는 그간 감독이 보여준 역할 교환과 극단적 선택을 통한 관계 단절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당연히 영화 취향적 문제겠지만,
나는 그가 영화 내외적으로 전혀 제대로 된 현실에 발딛기를 거부하고
선의 끝으로만 치달아 가는 모습이 영 편치 않다.
그리고 한국에는 그가 무시하지 않아도 좋을(장첸이 연기하는 죄수 장진이라는 이름으로)
정말 괜찮은 관객들이 무수하게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건 그가 어디 외국 영화에에서 상을 타든, 아니면 열혈 애호가들에게서 고독한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는 예술가로서 평가받든 어쨌든 별로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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