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
감독의도가 스페인 전쟁의 희생 어쩌구 저쩌구는 잘 모르겠다.
단지.. 영화 그 자체를 본 느낌을 쓰고 싶다.
일단 굉장히 좋은 영화다.
주인공 오필리아는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와 뱃속의 동생과 낯선 숲으로 오게 되며 새 아버지를 만나야만 한다.
마주서고 싶지 않은 현실.
그것에 직면하기 위해 오필리아는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판의 미로...
새로운 가상의 것들을 통해 오필리아는 자신이 공주이고 판이 준 미션을 통과해야 만 현실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탈출구를 열어 놓는다.
그리고 잔혹한 현실 속에 오필리아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자신의 떨어지는 피를 보며 그동안 보았던 책들과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죽음의 순간 최후의 환상을 만들어 낸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sf 나 판타지 성향으로 현실과 잘 믹스해 놓아서 현실 속에 그런 일이 있을 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 환상을 통해 절대 그런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아이의 환상임을 극명하게 나타내 주는데 그것이 바로 죽은 아버지와 죽은 어머니가 지하세계의 왕과 여왕으로 묘사 된 것이다.
그리고 오필리아 방의 분필 자국...
결국, 오필리아는 현실의 죽음을 지하왕국의 회귀로 미화하며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어린 소녀가 이것보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에 죽은 나무의 꽃을 통해 살짝 환상의 현실성을 부여해 주려 했는 지 모르겠지만 그건 계절이 바뀌고 나무의 생명력이 피운 가능성이 더 크다. 왜냐면 모든 것이 환상이었기 때문이다.
단, 오필리아가 나무 밑에 들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관객에겐 두꺼비에게 돌을 먹인 일로 보여줬지만 실재 어떤일을 했는 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나무가 살아난 것일 수도 있다.
영화는 꽤나 흥미롭게 미션을 던져 주며 시선을 잡아 끌어주고 있으며 과연 지하세계가 실재하며 오필리아가 공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끊임없는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름 스파이 물 같은 긴장감도 주고 있다.
덕분에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영화에 재미적인 요소를 줄 수 있어
오랜시간 집중하며 볼 수 있도록 친절함이 묻어나고 있다.
마지막 잔잔한 반전을 통해 아이의 현실 회피 수단으로 사용된 슬픈 동화임을 보여주고 영화를 마친다.
결국, 아이가 극변하는 자신의 주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환상을 볼 수 있으니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주면 큰일난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영화 판의 미로는 재미와 작품성 두가지를 충분히 채워준 아주 좋은 훌륭한 작품이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