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아귀가 들어맞는 한국 스릴러/미스테리 장르의 성공작....
스릴러 또는 미스테리 장르는 한국 영화가 유난히 취약한 장르다. 그나마 최근에 성공했다고 하는 [혈의 누]도 엄밀히 말해 장르를 빌려온 것이지 장르 자체에 몰입한 영화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중 성공한 스릴러/미스테리 영화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박해일 주연이라는 믿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관람을 결행하지 못하다가 나름의 흥행 성공에 뒤늦게야 슬쩍 묻어가자라는 생각에 보러갔고, 결과는 어찌됐건 꽤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영화는 시놉시스로 볼 때, 단절되어 있는 섬, 한명씩 죽어가는 사람들, 서로에 대한 의심 등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하게 하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은 초반에 죽은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민들은 모두 우발적 사고로 인해 죽으며, 그 죽음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외딴 곳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 사건의 최대 재미인 '누가 죽였는가' 또는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한 재미는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긴장감 유지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성공했다고는 보기 힘들며, 후반부로 갈수록 말이 많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관객의 주의를 한쪽으로 몰려는 과도한 목적의식)은 자칫 도그마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성공으로 평가를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전체적인 아귀가 들어 맞는다는 것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살아 남은 사람들 사이로 감도는 공포와 광기도 꽤 그럴 듯하게 묘사되어 있고(그 원인까지도), 무엇보다 마지막에 제시되는 해법의 퍼즐이 이해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퍼즐의 삐걲거림이 한국 스릴러/미스테리 장르의 최대 약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맞춤은 더 큰 의미로 다가 온다.
햔편 이 영화가 스릴러/미스테리 장르에만 기대고 있는 건 아니다. 초반의 회상신부터 여러 번에 걸쳐 등장하는 코미디 장르는 일부 대목에선 좀 오버다 싶은 감은 있었지만, 꽤 훌륭한 접목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머리카락이 쭈뼛해질 정도의 서늘한 느낌을 준 열녀 귀신 출연 장면은 최근 나온 그 어떤 한국 호러 영화보다 더 큰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차라리 처음부터 공포물로 기획되었다면 어땠을까?)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일부 출연자를 제외하고 구사하는 사투리는 너무 어색하다. 일부 출연자의 사투리는 전라도 사투리가 아니라 마치 충청도 사투리로 들리기까지 했는데, 게다가 굳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여인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건 분명 전라도 사투리의 사용 불가능에 따른 처방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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