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쫓는 아이의 질주...
캐나다 해밀턴 지역의 카톨릭계 사립학교에 다니는 소년 랄프. 유일한 보호자인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지만, 랄프의 장난기는 마치 타고난 듯 멈출 줄을 모른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고, 거리에서 여자의 가슴을 훔쳐보다가 나무에 부딪쳐 쓰러지기도 한다. 특히 랄프의 욕정은 타고 넘쳐 심지어 수영장 이물질 투입(?) 사고를 터트리면서 학교 뿐만 아니라 온 동네의 가십거리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수영장 사건 때문에 고대하던 클레어와의 데이트마저 무산된 랄프가 그나마 유일하게 얌전해질 때는 병원에 있는 엄마 옆에 있을 뿐이다.
랄프를 감싸주고 사랑해주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아주 코믹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는 서서히 서정적인 장면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엄마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얘기에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 보스톤 마라톤 우승이라는 기적을 쫓기 시작하는 소년 랄프. 과거 육상선수였다가 무릎 부상으로 포기한 히버트 신부, 랄프의 짝사랑 상대 클레어, 그리고 병원의 다정한 간호사 누나 등이 소년의 기적을 도와주기 시작하고, 랄프의 노력과 진심은 그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던 같은 반 급우들과 교장 신부마저도 응원하게 만든다.
랄프는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지만, 사실 14살 짜리 소년, 그것도 전문 선수도 아니고 마라톤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소년이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완주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 것이다. 참가 자체를 기적이라고 상정하고 얘기를 풀어나갔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암튼 대게 이런 영화가 그러하듯 알고보니 이 말썽쟁이 소년에게는 마라톤 선수로서의 천부적 자질이 있었고, 그의 질주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소년에게 천부적 자질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전에 본 듯한 익숙한 영화라는 점이고, 비슷한 영화적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예측가능한 길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보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데, 그건 이 영화가 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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